현대차그룹이 국내 1위 종합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의 유력한 인수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주들이 일제히 약세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최대 4조원 가량을 써야한다는 게 재무적으로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고 해도 인수대금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자금여력이 주가의 지지선이 돼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의 건설담당 자회사인 현대엠코와 합병 등을 통한 전략적 시너지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기대도 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대상자로 급부상…왜?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현대가(家)는 최근 회동을 갖고, 재무상황이 가장 뛰어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그룹이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M&A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고, 범현대가가 회동을 한 일도 없다'며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래도 현대건설의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는 이유는 현금창출 능력 때문이다. 현대건설 인수시 인수자가 투입해야 할 대금은 최대 4조원으로, 한국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보유지분 약 33%를 사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지 않고 있어 현대차그룹주들이 급락했다"며 "현대차그룹은 M&A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도 "현대건설 채권단이 올 연말까지 M&A를 추진할 경우 현재 범현대가에서 가장 재무구조가 우수한 현대차그룹은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업적 연관성이 낮은 관계로 현대차그룹은 인수금액을 최소화하면서 M&A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증권사의 예상이다.

◆"현대차그룹 단독으로 인수해도 자금여력은 많다"

현대차그룹이 단독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고 가정해 봐도 현대차그룹의 자금여력이 충분해 유동성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작년말 기준으로 현대차가 8조원, 기아차가 2조원, 현대모비스가 8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이 단독으로 인수해도 자금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건설 M&A는 빠르면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올해 벌어들일 현금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주가 동반 급락하며 비틀거릴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단기 악재가 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 보다는 자금여력이 있어 인수대상자로 언급되는 것"이라며 "사업적으로 보면 현대건설 인수는 시너지보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현대차그룹의 건설담당 자회사인 현대엠코를 염두해 볼 때 장기적으로 볼 때 현대건설과 합병 등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도 "현대차의 경우 매년 3조원 가까이 현금이 늘어나고 있고, 올해 영업성과는 전년에 비해 높기 때문에 자금여력은 풍부하다"며 "인수시 다소 부담은 될 수 있지만, 유동성 문제 등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순이익이 연간 4000억원~5000억원에 달하고, 업계 1위 건설사인 만큼 인수자의 투자자금 회수 기간은 단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시 범현대가에서 나눠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부담은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정현영/한민수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