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상황이다. "

최근 외환시장과 환율 움직임을 두고 외환 딜러들이 하는 말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뉴욕이나 홍콩 등지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양상을 가리키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현물환율은 전날 뉴욕 NDF시장에서 거래된 선물환율을 따라가고 있다. 독일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한 지난 18일 뉴욕 NDF시장에서 1개월 원 · 달러 선물환율은 전날보다 11원 가까이 뛰어올라 1159원을 기록했다. 장중엔 1160원대에서 거래가 형성되기도 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현물환율은 1165원10전으로 전날에 비해 20원 가까이 치솟았다.

20일에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전날 뉴욕 NDF시장에서 선물환율이 장중 한때 1184원까지 올랐다는 소식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현물환율은 1194원10전으로 급등했다. 부처님오신날로 서울 외환시장이 휴장에 들어간 사이 NDF시장에서 선물환율이 1215원 근처까지 다시 뛰자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현물환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역외 NDF시장이 서울 외환시장을 뒤흔드는 것은 외국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에 '달러 매도-원화 매수'의 포지션을 취해 왔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 가치가 오르자 기존에 취해왔던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하루에도 20억~30억달러어치의 달러를 사들이자 일일 거래량이 100억달러 안팎에 불과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이 같은 양상은 단기적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에 의해 증폭된 영향도 있다. ECB가 시장에 개입하면 유로화 가치가 다시 높아지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로화 매입-아시아 통화 매도'를 하고 있는 해외 펀드도 있다고 외환 딜러들은 전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원 · 달러 환율이 며칠 새 100원 이상 폭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딜러는 "국내 수출업체들이 환율이 1100원 밑으로 곧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1100~1150원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달러를 팔아치우는 바람에 최근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과 관련,최근 단기급등세가 지나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수출업체들이 다시 달러를 매물로 내놓는 배경이 될 것이며 또 다른 한편으론 외환당국의 개입을 불러오는 상황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24일 환율이 1220원으로 오르자 수출업체들이 다시 달러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외환당국 역시 최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환율이 1250원 근처로 가면 당국이 매도 개입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전했다. 한편 엔화가 달러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 · 엔 환율도 다시 135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