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주가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한라공조는 12일 5.48% 급등한 1만6350원에 마감했고 성우하이텍(6.16%) 세종공업(4.65%) 평화정공(4.59%) 한일이화(2.22%) 등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자동차 부품주의 이 같은 강세가 1980년대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주가 재평가 과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와 아이신전기는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주가가 500엔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는 두 회사 주가가 2000엔대 근처까지 상승했다. 주가 상승을 이끈 주 동력은 완성차업체 도요타의 해외 진출 확대였다. 도요타는 1984년 GM과 합작으로 미국 생산법인을 설립했고 1988년에는 단독으로 두 번째 생산법인을 세웠다. 이때 덴소와 아이신전기는 함께 미국으로 나가 현지공장에서 부품을 공급했다. 도요타의 해외 진출 확대가 부품업체 덴소와 아이신전기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 역시 현대차 기아차와 함께 중국 베이징,미국 앨라배마주,체코,인도 등지로 동반 진출했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현지 자회사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법 이익도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라공조의 지난해 지분법 이익은 693억원으로 전년(350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고 성우하이텍도 지분법 이익이 약 2.7배로 불어났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완성차 시장은 올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지분법 이익은 올해도 견조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손 연구위원은 "덴소와 아이신전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80년대 초반 2.5배에서 최고 50배 수준까지 치솟았다"며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주들의 PER는 5~6배에 머물러 있어 추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