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코스닥 우회상장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올 하반기 우회상장 심사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월 결산주총을 마치자마자 장외업체들이 우회상장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우회상장 건수(합병 결정 기준)는 7건에 달했다. 1분기 3개월 동안 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우회상장 시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우회상장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4월엔 전무했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우회상장 기업은 동양시멘트부터 3D시스템 개발업체 레드로버,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켄벡스,휴대폰 벨소리업체 스카이온,LCD 장비업체 에이원메카 등 업종도 다양하다. 현재 우회상장을 준비하는 곳도 수두룩해 당분간 우회상장 시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자회사를 통해 세계적인 자원탐사업체 아이반호로부터 몽골 구리 · 금 광산을 인수한 프리굿도 우회상장 대상을 찾고 있다. 박영규 프리굿 재무담당 상무는 "최근 구리값이 급등세를 타면서 몇몇 투자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다"며 "우회상장을 신중히 검토한 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굿은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정부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로,구리광산 탐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최대주주인 터치커넥트도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터치커넥트는 스마트폰 모바일솔루션 개발업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견 조선업체 SPP그룹도 SPP머신텍(옛 SPP중공업)의 우회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일부 제약회사,IT 부품회사들도 코스닥 우회 진입을 시도 중이다.

최근 들어 우회상장이 몰리는 것은 시기적으로 코스닥 한계기업 퇴출이 일단락된 데다 하반기 우회상장에 대한 질적심사 도입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감사의견 문제로 퇴출 기로에 놓여있는 네오세미테크와 우회상장 직전에 대규모 CB(전환사채)를 발행한 CT&T 등의 사례처럼 느슨한 우회상장 심사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회상장 심사 강화를 올해 거래소 사업계획으로 잡아놓은 상태여서 하반기엔 질적심사를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연말부터는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인수합병(M&A)에 잇따라 나서 기존 우회상장을 대체하게 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올초부터 잇따라 상장된 스팩은 합병시 세금 문제로 인해 상장 후 1년 뒤부터 본격적인 M&A에 나설 예정이다.

M&A 컨설팅업체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한계기업이 무더기로 퇴출된 반면 우회상장에 나선 기업이 많아지면서 M&A시장에서 우회상장만은 매수자 우위시장(buyer's market)에서 매도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우회상장 대상 코스닥 기업들의 몸값이 비싸질 수 있어 가격 문제로 우회상장 협상 자체에 애로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