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LCD(액정표시장치) 부품 제조업체인 CL의 주가가 급등했다. 다른 중소기업으로부터 통신기술 관련 특허를 현물출자 형식으로 제공받았다는 공시를 한 직후였다. 신사업 진출 기대감에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주가는 12월11일 주당 940원에서 21일 2160원까지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출자된 특허권을 이용해 올해는 사업과 업종을 전환할 것"이라며 홈네트워크 인프라 기기 등 구체적인 신사업 영역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4개월 뒤 CL은 감사의견 거절로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26일 현재 정리매매가는 주당 35원이다.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의 신사업 진출은 호재이지만 한계기업이 신사업에 나서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22개사 중 12개사가 작년 이후 직접투자나 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사업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사업 진출 소식에 환호했던 개미투자자들은 결국 상장폐지로 휴지조각이 된 주식만 움켜쥐게 됐다.

지난달 부도가 난 토종 의류업체 쌈지는 상장폐지 당시 이미 의류업체가 아니었다. 작년 9월 구조조정을 통해 의류부문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본격 진출했기 때문이다. 신사업 발표안에는 '순 산소 발생장치''폐기물 열분해 후 연료가스화 기기' 등 이름부터 생소한 사업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 더해 경영권을 인수한 이은석 탑헤드비전 회장은 "정보기술(IT)과 패션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비전을 추가했다.

컴퓨터 서비스업체 JS는 상장폐지 두 달여에 앞서 사업다각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월27일 건설회사를 인수한 것.다음 날 주가는 13.28% 올라 145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36거래일 만에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가 정지됐고 현재 주당 5원에 정리매매가 진행되고 있다.

한계기업의 신사업 추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불가피한 이유'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평진 대우증권 스몰캡 팀장은 "(한계기업은) 기존 사업이 벽에 부딪친 만큼 새로운 영역에서 승부를 보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신사업 진출 공시를 내는 기업들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주식을 털고 나오는 과정에서 '화장'을 해 소액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악의적인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소액투자자들이 신사업 공시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투자하려는 기업의 '기본'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병화 현대증권 스몰캡 팀장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가 신사업에 뛰어든다면 한번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신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서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택 동양증권 연구원도 "새로 진출하는 사업이 기존 영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인지도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동떨어진 부문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