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시즌마다 투자자들의 눈길은 '깜짝 실적'을 낸 기업으로 몰린다.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이 나온 '어닝서프라이즈' 종목을 매수하거나 이를 미리 예상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어닝서프라이즈 투자법이 예상보다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은 21일 "최근 5년간 투자전략별로 실험해본 결과 국내 시장에서는 어닝서프라이즈 종목보다 실적 호전 종목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어닝시즌 동안 '발표 실적이 전망치를 얼마나 웃돌았느냐'보다는 '실제 실적이 얼마나 좋았느냐'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어닝서프라이즈 종목에 투자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은 1~13%인 반면,전망치와 상관없이 실적이 호전된 기업에 투자했을 때는 5~26%의 수익을 올렸다.

어닝서프라이즈 전략이 생각보다 잘 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동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컨센서스와의 미세한 격차보다는 실적 자체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적 발표 전에 기업에서 수치를 암시하는 경우도 잦아 미리 주가가 움직이는 것도 요인"이라며 "특정 종목이 '시장을 얼마나 놀라게 했느냐'에만 관심을 둬서는 실적주를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적호전주의 기준은 무엇으로 삼는 게 좋을까.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단순한 재무 수치보다는 주당순이익(EPS)을 살펴보라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EPS는 기업의 재무 변화에 따른 실제 실적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며 "최근 금융위기로 인한 외환손익이 기업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EPS의 효용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분기보다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이 높은 기업의 수익률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 분기 비교로 놓칠 수 있는 계절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분기 EPS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높은 CJ제일제당 기아차 현대차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을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이 증권사 김재은 연구원은 "아직 실적 발표 전인 종목군 중에서 EPS 증가율이 높은 종목을 선정한 후 실적 발표 시기를 기점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며 "최근 한 달간 EPS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지 같이 판단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