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 증시는 골드만삭스 피소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숨고르기 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골드만삭스 피소 사태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지표 개선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다른 나라 증시들에 비해 매력적이고, 기업 이익개선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숨고르기 양상을 나타내면서 기존 상승 추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지수 165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상승 추세복귀 전망을 바탕으로 한 매수 전략을 고려해볼 만 하다는 조언이다.

19일(현지시간)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기업이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고, 경기 지표도 호전됐다는 소식은 한국 증시의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소식에 힘입어 골드만삭스 피소 여파가 남아있는 와중에서도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73.39포인트(0.67%) 상승한 1만1092.05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5.39포인트(0.45%) 오른 1197.52를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15포인트(0.05%) 하락한 2480.11로 장을 마쳤다.

◆ 동양證 "증시 상승추세 복귀 대비한 전략 세워야"

동양종금증권은 증시의 단기조정 이후 상승추세 복귀에 대비해 2분기 실적 전망치 상향조정 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 증권사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금융기관 신뢰도 악화로 한국 증시에서 추가적인 조정국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경험상 극심한 가격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기조정 이후 추세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정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골드만삭스 사태는 정치적인 이슈의 성격이 강하고, 미국 경기회복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이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른 나라 증시들에 비해 높고 기업 이익개선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증시의 추세복귀 시점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실적 전망치 상향조정 업종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2주 연속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조정 되고 있는 업종은 은행, 반도체·장비, 소매·유통, 인터넷, SW·SI, 유선통신, 미디어·엔터 등으로 압축된다"며 "해당업종 가운데 이달 중순 동양종금증권이 뽑았던 최선호주는 KB금융, 하이닉스, CJ오쇼핑, 다음, 네오위즈게임즈, KT, SBS"라고 덧붙였다.

◆ 신한금융투자 "기업 펀더멘털, 증시 버팀목 기대"

신한금융투자는 골드만삭스 피소 여파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양호한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험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실적시즌을 맞아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 악재들의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S&P500 '깜짝 실적' 비율이 80%대를 웃돌면서 견조한 실적 시즌의 개막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주 인텔이 2분기 실적 목표치를 상회하면서 지펴낸 기술주들의 모멘텀이 이번주에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은 "이러한 기대감은 이번주 발표를 앞둔 주요 금융 및 소비관련주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중반 이후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대표주들의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되는 한국의 경우도 기업들의 펀더멘탈 회복에 거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주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세로 2분기 이후 교역여건 변화에 대한 경계심이 화두로 등장할 수 있겠지만, 최근 전반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발표 이후 주가 흐름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업황 개선 기대감은 원화강세 수혜가 예상되는 해운 유화 금융업종 등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높아진 주가 수준과 돌발적인 변수가 얽힌 현재 상황의 대응이 쉽지는 않지만 펀더멘탈 회복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경계심리의 지나친 쏠림도 동시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대證 "증시, 추가하락 시 매수기회"

현대증권은 국내증시가 추가적으로 변동성을 확대할 경우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은행규제안이 국내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은행규제안이 처음 불거진 지난 1월처럼 적극적인 매도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소송은 오바마 정부가 은행개혁에 대한 여론조성과 명분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고, 이번주 예정된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은행규제에 대한 글로벌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하지만 은행세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부채 중 예금과 단기채권이 절반씩 섞여 있는 미국 금융기관과 달리 국내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예금성부채가 주를 이루고 있어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양 연구원은 "이번 골드만삭스 소송은 대마를 잡겠다는 것에 있다기 보다는 효율적인 은행규제를 위한 압박카드 정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매수대응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 하나대투證 "증시, 1650선이 의미있는 지지선"

하나대투증권은 국내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 기조 속에서 숨고르기를 하는 기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설정 가능한 지지선은 코스피지수 1650선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전날 조정을 기술적 분석으로 보면 큰 흐름에서 상승 흐름을 이어지는 가운데 누적됐던 과열 부담이 공교롭게 불거진 악재들의 중첩으로 발생된 것일 뿐"이라며 "상승 기조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증시가 별다른 재료 없이 외국인 매수세와 기업 실적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중 골드만삭스 피소 등 새로운 부담요인 출현에 맞닥뜨린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10주 연속 상승에 따른 과열 부담이 나타난 초입인 만큼 대외악재에 시장이 내성을 확보하는 시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 연구원은 "상승폭의 50% 되돌림과 60·120일 이동평균선들이 위치한 1650선이 의미 있는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외에도 1700, 1670선도 지지선 역할을 해 줄만한 지수대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신영證 "코스피 1650선 등락 예상…주식 축적 기회"

신영증권은 골드만삭스 피소를 계기로 달궈졌던 국내증시가 1650선대 전후에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강세장을 대비해 주식을 줄이기 보다는 축적하는 시기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골드만삭스 피소 사건이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금융규제 개혁안의 추진을 강화하는 재료여서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이번 피소건이 금융을 제외한 산업의 이익에 근본적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증시 추세를 좌우하는 변수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이 급등한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피소로 일시적인 안전자산 선호현상 발생과 중국의 긴축 강화 움직임 등이 결합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정의 폭은 미국의 금융개혁 법안이 발의되고 지급준비율 인상과 같은 중국의 긴축이 동시에 발생했던 지난 1월의 주가 하락률인 -7.8%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골드만삭스 여파가 2분기 박스권의 빌미가 되면서 코스피지수는 1650선대 전후에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하반기 강세장에 대비해 주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축적하는 시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