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형사와 중소기업간 '짝짓기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대형 그룹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성장동력을 달기 위해 알짜배기 기업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피인수기업들의 주가가 M&A 이슈로 급등세를 보이자 여기저기서 근거 없는 인수설(說)까지 등장,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대형사 M&A 루머에 휘말린 중소 상장사들은 나노엔텍, 바른전자, 엠텍비전, 국도화학, 동국제강, 연이정보통신 등 상당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을 둘러싼 대형사 인수 및 지분투자 등의 진위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통상 M&A 이슈는 증시에서 호재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수설이 나돌기만 해도 상장사들의 주가는 출렁거리는 경우가 많다.

30일 합성수지 제조업체인 국도화학이 일본의 대형철강사 신일본제철로 흡수합병될 것이란 루머가 시장에 나돌았다. 이 회사 주가는 이미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에 한국거래소는 30일 국도화학에 인수설의 사실여부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국도화학의 대답은 '사실무근'이었고,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11% 이상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국도화학에 따르면 본래 최대주주인 동도화성과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모(母)회사 신일본제철화학이 흡수분할, 동도화성이 갖고 있던 국도화학 지분(22.38%)이 승계된 것일 뿐이라는 것.

정보기술(IT) 부품업체인 연이정보통신도 삼성그룹으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았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루머다.

최근 연이정보통신을 직접 탐방했던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연이정보통신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국제강도 포스코 투자설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이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나노엔텍, 바른전자 등은 삼성전자로, 엠텍비전은 SK텔레콤으로 각각 인수 및 지분취득설에 휘말렸으나, 단순 루머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경우다.

반면 국내 대표기업이 실제 인수했거나 시도중인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성진지오텍과 오스템임플란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의 주주는 때아닌 투자성공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석유화학 및 조선해양플랜트 제작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키로 했다. 이는 플랜트사업을 넓히는 동시에 관련 계열사들(포스코건설, 대우엔지니어링, 포스코플랜택)과 시너지를 노린 결정이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지분 40.4%(1234만5110주)를 인수했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성진지오텍은 이에 대해 "앞으로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진지오텍의 주가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초 9000원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1만3000원대를 돌파, 45%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또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SK케미칼이 인수를 시도중이다. SK케미칼은 올초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투자여부를 검토한 뒤 지난주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그룹의 화학계열사인 SK케미칼은 신(新)성장동력으로 생명과학 분야를 꼽았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생명과학 분야에서 다루는 다양한 제품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SK케미칼은 그간 SK제약, 동신제약, 인투젠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SK그룹으로 인수될 경우 재무구조가 좋아지거나 중국사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 긍정적이란 평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달초 대비 20% 가량 주가가 뛰고 있다.

에이테크솔루션과 신화인터텍, 아이피에스 등은 삼성이 증자에 참여했거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하면서 직접 투자를 실시한 회사들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단순 루머에 섣불리 투자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면서 "투자매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M&A로 실적개선이 가능한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