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 회장의 복귀가 삼성그룹의 도약에 도움이 될 것이며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경제단체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삼성 임직원 게시판에는 "환영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외신과 정치권도 이 회장 복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제계 "기업가정신 북돋워 주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논평을 통해 "이 회장의 복귀 결정은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며 우리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선제적 투자로 또 한 번의 도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 논평의 골자는 "원로 경영인인 이 회장이 후배 기업인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북돋워 주기를 희망한다"였다. 대한상의는 "반도체부문에 과감하게 투자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인 이 회장이 한국경제가 향후 10년간 먹고 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 줄 것"이라며 "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데에도 큰 힘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세계 경제상황이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한국 경제의 앞날도 불투명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결정은 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창의 경영으로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바 있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삼성맨 "도요타 전철 안밟을 것"

삼성 사내 홈페이지 '미디어 삼성'에는 이 회장의 복귀를 환영하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한 직원은 "최근 도요타의 사례를 보면서 느꼈던 막연한 위기감과 걱정이 봄눈 녹듯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발언을 분석한 직원들도 있었다. 한 직원은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경영진과 직원들이 각각 가까운 미래를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오너가 다스리는 것과 무주공산인 것은 천지 차이"라며 이 회장의 복귀를 환영했다.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대비해서 위기의식을 갖고 가는 게 바람직한 기업가의 자세"라는 게 이 누리꾼의 설명이었다. "정부의 단독 사면 발표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경영에 복귀해 법질서가 훼손됐다"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외신"경영 실적 더 좋아질 것"

여야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특정 기업체의 내부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논평을 내지 않았다. 반면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일선에서 퇴진하신 분이 다시 경영에 복귀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과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사회의 다른 영역까지 비정상적 방법으로 관계를 맺거나 압력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외신들도 일제히 이 회장의 복귀를 주요 기사로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최대 기업 소유주인 이 회장이 세계 제2의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복귀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회장 복귀가 삼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휴렛팩커드(HP)를 앞지르며 세계 최대의 IT 제조업체 자리에 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와 WSJ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신사업 발굴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경영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배 구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재기된다는 대목도 있었다. WSJ는 "창업자 일가의 기업 통제력 유지와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삼성의 오랜 노력이 새로운 장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송형석/조귀동/구동회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