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시중 자금이 펀드를 기웃거리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올 누계로는 여전히 순유출이지만 지난달에는 6500억원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 아래로 밀려나면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펀드에서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가 올 들어 2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으며 'KB코리아스타' '트러스톤칭기스칸' '신영마라톤' 등도 이름값을 하고 있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1320억원이 순유출되며 8개월째 4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 나가는 등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별로도 올 들어 전 지역에서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개별 펀드에서는 원자재 펀드와 중국 본토 펀드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과가 좋은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룹주펀드 유입 두드러져

펀드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네비게이터'에는 올 들어서만 2200억원이 들어왔다. 이 펀드는 지난 1년간 65%의 수익을 올리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매년 꾸준히 수익률 상위권에 들면서 3년 수익률은 49%로 평균의 2배를 넘는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 흐름에 잘 대응하면서 수익률의 안정성이 높은 것이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에 이어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면서 한국투신운용의 펀드가 자금 유입 상위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KB코리아스타'(733억원) '트러스톤칭기스칸'(663억원) '신영마라톤'(463억원) '삼성스트라이크1'(381억원) 등 운용사 대표 펀드들에도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2008년 6월 설정된 '트러스톤칭기스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수한 운용 능력을 확인하면서 순자산이 2200억원대로 불어났다.

오대정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펀드매니저 교체로 수익률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말끔히 씻어내고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 운용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테마형에서는 그룹주 펀드와 인덱스 펀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를 비롯해 'KB한국대표그룹주'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 등은 대표적인 그룹주 펀드다. 이들 펀드도 꾸준히 시장을 앞선 수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1' 'KB스타코리아인덱스' '삼성인덱스프리미엄' 등 인덱스 펀드는 최근 시장수익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펀드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기관투자가들이 인덱스 펀드로 뭉칫돈을 투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편 지수 등락률의 1.5배만큼 수익률이 정해지는 'NH-CA1.5배레버리지'도 350억원 넘는 자금을 모으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 주식형은 원자재펀드 두각

해외 주식형 펀드는 브릭스와 중국(홍콩H주) 펀드를 중심으로 전 지역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브릭스와 중국(홍콩H주) 펀드는 올 들어 2000억원 이상씩 자금이 순유출됐으며 아시아퍼시픽(1055억원),인도(679억원),친디아(616억원) 등도 자금 유출이 거센 편이다. 올 들어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끝난 데다 수익이 난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 브라질 중국 본토 펀드들은 수십억원 유출에 그치고 있다. 펀드별 자금 유입 상위에서도 원자재 펀드와 이들 지역 펀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H)'는 올 들어서만 620억원이 들어오며 자금 유입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는 지난 1년간 해외 주식형 평균보다 25%포인트나 높은 76%의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국제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아니지만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중국 본토 펀드인 '한화꿈에그린차이나A주트레커UH-1'에 360억원이 들어왔으며 'PCA차이나드래곤A셰어[환헤지]A-1'도 90억원 이상 늘었다. 이 밖에 중국(홍콩H주) 펀드인 'KB스타차이나H인덱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법인전용1' '삼성차이나포커스ETF1'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오퍼튜니티(H)' 등도 자금 유입 상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7년 이전에 만들어진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 '신한BNPP봉쥬르차이나1' 등에서는 500억원 이상이 빠져 나가면서 중국(홍콩H주) 펀드 전체로는 자금 유출이 많은 편이다.

이 밖에 'JP모간브라질'과 '신한BNPP봉쥬르브라질(H)' '신한BNPP더드림브라질1' '블랙록중남미(H)' 등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 펀드들에도 돈이 많이 들어왔다. 배성진 수석연구원은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자재 업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라며 "경기 회복과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겨냥한 해외 펀드 투자자금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