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황에도 볕이 들까. 22일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들어 대형 조선주 주가가 대체로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업황도 회복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신규 수주 낭보가 전해지고 있고, 신조선 가격도 저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보다는 종목 선정에 주의를 기울인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의 경우 벌크선 위주로, 이달에는 벌크선 외에 탱크선(원유운반선) 발주 소식도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일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사와 4000억원 규모의 16만톤급 원유운반선 5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사들이 지난달 총 16척(170만DWT)을 수주, DWT(재화중량톤수) 기준으로 세계 신조선 수주의 61%를 차지했다"며 "여전히 선박금융이 어렵고, 발주량도 충분하지 못하지만, 작년 4분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신조선 시장 발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나막스(panamax)급 벌크선 수요가 증가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신조선가의 추가적인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36포인트를 기록, 6주 연속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에즈막스(suezmax)급 탱크선 선가는 6180만달러로 전주 대비 30만달러 늘었고, 파나막스급 벌크선가의 경우 20만달러 오른 3400만달러를 기록, 상승 반전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선종의 신조선가 상승 반전에 비춰 조선업 시황상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최근 신조선가 지수가 정체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나 개별 선가는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일부 선종의 선가 상승이 조선업 전체의 추세적인 신조선가 강세 진입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이후 선가 흐름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는 신조선 발주량이 회복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고, 정상화는 내년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해양, 육상 플랜트 등 비조선 부문이 강한 종목군 중심의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박승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체가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성과 이익 안정성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비조선 부문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 시황 변화보다는 업체별로 자체적인 변화가 있는 종목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성 애널리스트도 "신조선 발주의 절대량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운영자금이 부족한 중소 조선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서는 '치킨게임'이 이어진다면 결국 운영자금에 여유가 있는 중대형사들에 유리한 시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시장이 대형 조선사들에 유리하게 전개될 전망"이라며 "비조선 부문으로 대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사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로 대형 조선주들의 주가수익률이 코스피 지수를 웃돌고 있다"고 풀이했다.

22일 오후 1시15분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전 거래일보다 5.66% 오른 2만550원에 거래되며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와 함께 현대미포조선(4.58%), 삼성중공업(3.08%), 현대중공업(1.82%), 한진중공업(5.85%), STX조선해양(4.35%) 등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