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증시 '上低下高 '…상반기 리스크 관리후 하반기 노려라"
국내 10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 증시 투자전략으로 '선(先) 리스크 관리,후(後) 수익률 극대화'를 제시했다. 상반기 증시는 출구전략 이슈와 경기회복 둔화 우려로 조정이 예상되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장세가 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10대 증권사 CEO들은 31일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2010년 증시 전망' 설문을 통해 이같이 예측했다. 이들은 새해 코스피지수가 1800~1900선까지 오를 것이라며 지난해보다는 목표수익률을 한 단계 낮춰 잡을 것을 권했다. 해외시장은 중국과 브라질이 유망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증시 상승흐름은 지속될 것

10대 증권사 CEO들이 제시하는 새해 투자전략은 하반기 강세장을 염두에 두고 상반기엔 투자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새해 증시는 전체적으로 지난해의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장세가 펼쳐지겠지만 상반기엔 출구전략 이슈가 제기되고 경기회복 속도가 작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커 리스크를 통제하며 강세장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또는 2분기 말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 고용 등 실물지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도 상승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증권사 CEO들은 상반기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며 2분기 이후 상승장을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새해 투자수익률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CEO들이 제시한 새해 증시의 키워드도 이런 내용이 주류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중국 고전인 '순자' 유좌편에 나오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을 올해 키워드로 제시했다. 황허와 양쯔강과 같은 거대한 강은 만굽이를 돌지만 결국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박 사장은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어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주가가 우상향하는 큰 상승 흐름은 유지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키워드로 꼽았다. 역시 강세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의 '인지위덕(忍之爲德)'을 화두로 제시했다.

또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고진감래(苦盡甘來)'(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우후지실(雨後地實)'(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한천작우(旱天作雨)'(가뭄이 심하면 하늘은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려준다)라는 비슷한 의미의 키워드를 염두에 둘 것을 당부했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황소가 호랑이에게 준 선물에 주목하라"며 강세장이 이어질 것임을 상기시켰다.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은 "도전과 응전이 교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용호 한화증권 사장은 "성급한 수확보다는 대세 상승을 대비해 씨앗을 뿌리는 시기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2분기 이후 주식비중 늘려라

증권사 CEO들은 올해 증시의 주요 변수로 △주요 국가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 △원유 · 금 등 상품가격 동향 △환율 움직임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이 상반기 중 재정지출 축소나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나설 경우 글로벌 증시가 한 차례 조정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황성호 사장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올 1~2분기 중에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 상반기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현 사장도 "미국은 금리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춰 하반기에나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은 출구전략 시점이 이보다 빠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회복 속도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노정남 사장은 "지난해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빠르고 높았던 만큼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경기와 기업이익 회복 속도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다수 CEO들은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에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중 코스피지수 하단은 1400~1500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렇지만 증시는 3분기부터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유상호 사장은 "새해 기업이익은 작년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져 주가는 상승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준열 사장은 "미국 고용시장 회복이 가시화되면 하반기부터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올해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 증시는 빠르게 반등해 4분기 중 고점에 이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은 유준열 사장이 2120으로 가장 높게 잡았고 황성호 사장과 유상호 사장이 1920선,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김지완 사장,이용호 사장,최경수 사장 등은 1800대 초반으로 제시했다.

반면 노정남 · 박준현 · 임기영 사장 등은 반대로 '상고하저' 국면을 예상했다.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1800~1900선까지 상승한 후 하반기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지적이다. 노 사장은 "중국의 출구전략 충격이 예상외로 클 경우 2분기 이후 조정의 골이 깊을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머징증시는 올해도 유망

2010년에도 선진 시장보다는 성장 속도가 빠른 이머징 증시가 각광받을 것으로 CEO들은 예상했다. 특히 10명 중 7명은 중국을 투자 대상 1순위로 지목했다.

유상호 사장은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먼저 유동성을 풀어 자산가격이 올라가고 통화승수도 커지고 있어 올해도 투자매력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을 주목하라는 주문도 많았다. 이휴원 사장은 "브라질은 빠른 성장과 풍부한 원자재뿐 아니라 내수시장도 탄탄해 중국 못지않은 투자매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준현 사장은 인도네시아 증시도 주목하라고 권했다.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아 중국의 고성장 수혜가 가능하고 원자재 강국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인도는 의견이 엇갈렸다. 상당수 CEO들은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들어 매력이 떨어진다고 밝혔지만 최경수 사장과 유상호 사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사장은 "올 인도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23%에 달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17.7배로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증시는 원자재 가격에 지나치게 민감해 변동성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