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대우건설 인수합병(M&A) 후유증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추진 소식이 업종별 명암을 갈랐다.

금호그룹주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이고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는 은행주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타이어주들은 경쟁사 위기에 따른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1분 현재 금호산업은 전날보다 1460원(14.91%) 내린 83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흘째 급락세다. 금호타이어, 금호산업우, 금호석유우 등도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금호석유,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대우건설 등도 6~12%대 급락세다.

이같은 금호그룹주들의 급락세는 재무구조 악화와 함께 워크아웃으로 인한 3조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는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에 대해 약 3조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시, 금호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건설의 시장 매각을 중단하고 산은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넘기기로 했다.

워크아웃 신청이 이뤄지면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하고 실사와 워크아웃 계획을 짠 뒤 채권단 동의를 거쳐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은행주들도 약세다. 금호그룹 관련 여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금융이 4% 가까이 급락하고 있고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 기업은행 등도 1~2% 하락중이다. 전날 우리금융이 5.86% 급락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주들이 약세를 나타냈다.

성병수 푸르덴셜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과 관련, 금호그룹이 재무적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주식매도선택권(풋백옵션) 금액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4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금호그룹 문제가 은행주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불확실성 해소 시점까지는 은행주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푸르덴셜투자증권에 따르면 금호그룹 관련 여신은 우리금융이 1조3500억원, PF(프로젝트파이낸싱) 1조원 규모이고, 하나금융은 약 6000억원이다. 다른 은행들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KB금융의 경우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신한지주는 상대적으로 익스포저(위험 여신) 규모가 적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정확한 손실률 예측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19% 정도의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충당금 적립은 은행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결정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채권단 주도로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결정은 문제의 시작이라고 하기보다는 문제의 해결과정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한편 금호타이어외에 한국타이어와 넥세타이어 등 3% 가량 오르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쟁자의 위기가 기회로 작용,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등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