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관계사인 삼성투신운용의 사모펀드에 한번에 1조원을 투자하는 등 두 달여 사이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맡겨 눈길을 끈다. 올 한 해 '승자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 삼성전자의 여유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투신의 '삼성디지털사모7' 펀드에 1조원을 맡겼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통틀어 한 투자자가 한번에 1조원을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0월7일 '삼성디지털사모1'에 1500억원을 맡긴 이후 이 펀드 시리즈 7곳에만 총 1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펀드는 모두 국내 채권형펀드로 이미 운용을 시작한 '1~6'시리즈는 국내 채권을 99%가량 편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시에서 밝힌 투자 규모와 각 펀드의 운용 규모를 비교하면 이들 펀드는 모두 삼성전자 자금으로만 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금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보유현금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이 회사는 연결 기준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7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1개 증권사가 추산한 올해 영업이익은 11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시설투자나 자사주 매입에 앞서 이 같은 현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대신 단기 운용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도 "모두 단기 자금 운용으로 1조원의 투자자금도 한 달간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