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임직원에게 자사주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소위 '공로주'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에 대한 임직원의 소속감을 높이는 한편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도 얻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주기 위해 29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 약 221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임금 · 단체협상 무분규 타결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성과급 및 격려금과 별도로 직원들에게 40주씩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약속했다"며 "내년 3월 말까지 장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직원이 총 5만5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 규모는 221만주 수준이어서 이날 종가(12만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650억원 규모다. 현대차는 2007년에도 총 1182억원을 들여 자사주 166만5630주를 무상으로 나눠줬다.

식품 저장용기에 사용되는 석도강판을 생산하는 동양석판은 이날 직원들에게 전체 발행주식의 0.8%에 달하는 '공로주'를 29~30일 선물하기로 공시했다. 이 회사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임직원들에게 총 11만5195주(5억9400만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임직원(318명) 1인당 평균 362주씩 무상으로 개인증권 계좌로 이체받는다. 특히 배당기준일(31일) 이전이어서 직원들은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금융위기로 전 직원이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 덕분에 올해도 50년 연속 흑자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지급 배경을 설명했다.

섀시나 모터류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S&T대우는 크리스마스 직전인 지난 24일 전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올초부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직원들이 임금 삭감 및 순환 무급휴직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데다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은 데 따른 회사 측의 배려라는 설명이다. S&T대우는 약 900여명의 전 직원에게 총 41만5600주(전체 발행주식의 2.8%)의 스톡옵션을 지급키로 했으며,주당 행사가격은 이날 종가(2만8700원)보다 11%가량 저렴한 2만5710원으로 책정했다. 직원들은 2012년 12월24일부터 4년 동안 이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 밖에도 이달 들어 국순당 원풍 삼화페인트공업 아구스 한농화성 모건코리아 서호전기 모토닉 등이 직원들의 연말 상여금이나 특별 격려금 명목으로 1억여원에서 많게는 14억원 규모의 보유 자사주를 처분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의 경우 3개월간 자사주를 분산 매입하기 때문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일단 수급상 매수세가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대개 해당 기업의 이익구조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란 의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조재길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