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테마주들이 세밑 증시를 달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 수주 소식으로 두산중공업과 한전기술 등 컨소시엄 참여 업체는 물론 매출 증가 등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현대중공업 효성 등 관련 업체들이 동반 급등하며 증시를 4일 연속 상승세로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는 1976년 현대자동차가 포니로 첫 해외 수출에 성공한 것과 비견된다며 앞으로 터키 등의 추가 원전 수주와 2차 중동 붐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원전테마주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테마주 강세 지속 전망

28일 증시에서 한전 컨소시엄에서 설계를 맡은 한전기술과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등의 주기기 업체로 선정된 두산중공업은 개장 초부터 상한가로 직행했다. 원전 건설 후 정비 및 보수를 책임질 것으로 전망되는 한전KPS도 기대감이 커지며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주계약자인 한전(5.04%)과 시공을 맡을 현대건설(4.56%) 삼성물산(3.00%) 등도 강세를 보였다.

또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 등은 원전 인프라 구축에 따라 변압기 등 관련 사업의 매출이 늘 것이란 전망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전 보조기기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비에이치아이 티에스엠텍 등도 덩달아 급등했다. 비엠티 마이스코 성광벤드 태광 등 관이음쇠(피팅) 전문 기업과 광명전기 선도전기 등 송배전 관련 중 · 소형주도 향후 매출 증가 기대로 원전 테마에 합류했다. 터키에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주들이 더욱 힘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원전 수출이 자동차로 비유하면 타이어나 백미러 등 부품에만 그쳤다면 이번 수주는 우리 브랜드를 달고 완성차를 수출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원전테마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낙관론을 폈다.


◆두산중공업이 최대 수혜주

한전기술은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10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원전 테마 대장주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전기술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원전 수주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기업"이라며 "이번 UAE 수주로 연간 영업이익의 32%에 달하는 300억원가량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등의 주기기를 납품할 두산중공업은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개 원전 1기 공사비의 25%가량이 주기기 매출로 잡힌다"며 "2030년까지 UAE의 원전 14기를 모두 수주한다면 매년 9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원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한전KPS도 4기가 모두 가동을 시작할 2020년부턴 해마다 매출 1200억원,영업이익은 18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 빌린 주식 갚아

한편 대차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주 한전과 두산중공업 등의 대차 잔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빌린 주식은 대개 공매도로 이어지지만 수수료를 받고 다른 기관에 다시 빌려주기도 한다.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으면 대차 잔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을 빌렸다가 지난주 상환된 두산중공업 주식은 64만여주에 달해 이 회사의 대차잔량(주식수)도 1주일 새 19만9807주 감소했다. 한전도 지난주에만 26만여주가 상환되며 14만여주의 대차잔량이 줄었으며,삼성물산 역시 12만주가량 대차잔량이 감소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의 원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서둘러 빌린 주식을 갚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매도를 많이 한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면 오른 가격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해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부다비에 연줄이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외국인 큰손들이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자 발표가 나오기 전 빌린 주식을 많이 갚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재희/김재후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