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폐장을 이틀 앞둔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8일 원전 수주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1685.59로 3.25포인트(0.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장 직후 1695.33까지 오르며 1700선 돌파를 넘봤지만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에 1727억원의 프로그램 매도세까지 더해지며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이날 프로그램 순매도액은 지난달 30일 2972억원 이후 한 달여 만의 최대 규모다.

지난 10일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 이후에도 연일 매수 우위를 이어가던 프로그램 매매가 연말 배당락을 앞두고 '팔자'로 돌아선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락이란 배당 권리가 사라진 주식의 기준가격이 지급되는 배당만큼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험상 배당락 당일 코스피지수는 시가에 하락했다 장중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하는 경향이 있지만 프로그램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배당락 충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말 배당을 노리고 유입됐던 인덱스펀드의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배당 확정 이후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30일까지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만기일 이후 신규로 유입된 차익거래 잔액이 6300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청산(환매)되는 물량이 최소 3000억원 이상일 것이란 분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통계적으로 배당락일에는 현물가격보다 선물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선물 저평가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가 나올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4일 대량으로 유입된 프로그램 차익매수의 경우 수익이 많이 난 상태지만 그 이전에 유입된 매수 물량들은 수익률이 저조해 내년 거래세 부과를 피해 미리 포지션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을 비롯한 주요 투자주체들이 소극적인 매매 패턴을 이어가고 있어 프로그램 매물이 일시에 쏟아질 경우 지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심 연구원은 "다만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윈도드레싱(수익률 관리)에 나서고 있어 폐장일인 30일에는 프로그램 매도와 기관의 현물 매수세가 맞물리면서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