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말끔하게 씻어낸 한 해였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블루칩(대형 우량주)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그야말로 기축년 소띠해에 '불마켓(황소장)'을 일궈냈다. 외국인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보였다.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 작년 말 1124.47로 마감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1682.34까지 50% 가까이 오르며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원금 '반토막'이 속출했던 펀드들도 속속 원금을 회복한 한 해였다. 올 증시의 주요 특징을 숫자로 되짚어 본다.

10조 펀드 환매 규모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토막' 행진을 벌였던 펀드 가운데 다수가 글로벌 증시 회복으로 손실을 만회했다. 특히 적립식 펀드에 꾸준히 자금을 부었던 투자자라면 증시 역사상 최고점에서 가입했더라도 올 들어 모두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이 같은 펀드 손실 회복은 환매 행진으로 이어졌다.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자 펀드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돈을 되찾은 것이다. 이렇게 찾은 돈은 10조원에 달한다. 환매 행진이 일어나기 전 주식형펀드 전체 규모(140조원)의 7%가 넘는 금액이다. 특히 정부가 해외 펀드에 적용하던 비과세 혜택을 올 연말로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해외 펀드에선 9월10일부터 11월23일까지 53거래일 연속 자금이 이탈하며 사상 최장 기간 순유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2조 외국인 연간 사상 최대 순매수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주말까지 32조1546억원을 순매수해 연간 외국인 순매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04년 10조4838억원을 순매수한 이래 4년 연속 순매도 규모를 늘려 왔던 외국인이 5년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2004년 4월 44.12%까지 높아졌던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말 28.74%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32.27%까지 부풀어 올랐다.

외국인은 7월15일부터 8월11일까지 20일 연속 순매수를 지속하기도 했다. 1998년의 34일에 이어 외국인 연속 순매수 2위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는 외환위기 직후처럼 대형 리스크 이후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 외국인이 선취매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7월14일부터 28일까지 11일 동안 상승을 거듭해 2006년의 12일 이후 최장 기간 연속 상승했다.

50%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증시가 살아난 덕분에 올해 주식형펀드들은 힘을 냈다. 공교롭게도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모두 50% 안팎에 이르렀다. 작년 말보다 주식 가치가 평균 50%가량 불어났다는 얘기다.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 등 자원이 많은 신흥국가 펀드들은 평균 100%를 넘기며 올 한 해 '더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익률 1위는 '대신자이언츠현대차그룹 상장지수펀드(ETF)'로 142%를 기록했고,해외 펀드에선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가 136%로 수위를 달렸다.

100만원 삼성전자 목표주가 재등장

증시가 한창 상승을 거듭하던 8월17일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79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였다. 2004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목표가 100만원이었다. 이후 우리투자 IBK투자증권 등이 잇달아 100만원대의 목표가를 내놓으면서 이 회사는 9월22일 사상 최고치인 82만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도 솔로몬투자증권이 107만원으로 분석을 재개하는 등 현재 목표가 100만원대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는 대우 미래에셋 등 10곳에 달한다.

348조 상장사 시가총액 증가

올해 주식시장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급반등하면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577조원,코스닥시장 46조원 등 모두 623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던 시총은 지난 주말엔 971조원으로 348조원가량 급팽창했다.

유가증권시장은 310조원 불어났고 코스닥시장은 두 배 가까운 84조원으로 확대됐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몸값도 수직 상승했다. 주요 그룹 중 올해 몸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현대차그룹의 시총은 한 해 전 23조원에서 3배 수준으로 급증해 66조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시장점유율 확대 및 해외 판매 호조로 각각 206%와 212% 뜀박질하며 시가총액 증가세를 견인했다. 현대차그룹은 외국인 비중도 21%에서 27%로 높아졌다.

500 코스닥지수 6개월째 박스권

코스닥시장은 춘3월 봄바람을 타고 급등장을 연출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원자력 스마트그리드 자전거 등 각종 테마를 양산해내며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 동안 급등세를 지속해 5월20일엔 562.57까지 치솟았다. 이후 500선을 중심으로 6개월간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나타내며 11월엔 451.67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달 들어선 중소형주 강세에 힘입어 10.0% 상승하며 다시 500선을 회복했다.

1718 코스피지수 올 최고치

9월22일 코스피지수는 23.38포인트 급등하며 1718.88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747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종가 기준 최저치를 나타냈던 지난해 10월24일 938.75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치고 오른 셈이다. 11월 말엔 '두바이사태'가 불거져 한때 1524.50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연말 결산을 앞둔 기관들의 윈도드레싱에다 주요 블루칩들이 세계 경제의 수요 회복 및 중국시장 확대 등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에 강세를 보여 내년 초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재희/김재후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