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그에 따라 주가도 1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내년에는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1100선에 머물러 있던 지난 1월 김영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한때 1000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3월부터는 그의 예상대로 꾸준히 상승,9월에는 1700선까지 돌파했다. 주가 상승세가 한창이던 7월 그는 주가가 4분기에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두 달간 상승세를 더 이어갔지만 9월 하순부터는 박스권 장세로 진입,지금까지도 160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올 한해 주가의 움직임을 '족집게'처럼 맞춰낸 김 소장은 새해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그는 "짝수 해에 주가가 하락하는 주식시장의 징크스가 내년에도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짝수 해 징크스'는 2000년대 들어 홀수 해는 강세장,짝수 해는 약세장의 흐름이 예외 없이 반복돼 온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홀수 해인 올해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말 대비 50%가량 상승했으니 짝수 해인 내년은 지수가 하락세 또는 미약한 상승세를 보일 차례다.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현상은 경기순환 주기가 짧아진 최근 한국 경제의 흐름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생산관리 능력이 향상되면서 재고 조정 주기가 짧아졌다"며 "이에 따라 경기순환 주기도 단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소비가 줄면 생산량을 줄였다가 소비가 늘어날 때 생산량을 늘리는데,생산량을 줄이고 늘리는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지면서 경기순환 주기도 그만큼 짧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순환 주기의 단축이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강세장과 약세장이 한 해씩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코스피지수의 등락 범위는 1450~1810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으로는 박스권이지만 분기별로는 등락의 폭이 비교적 클 것"이라며 "1분기에는 하락했다가 2분기에 상승한 뒤 3분기부터는 정체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약세장을 예상하고 있는 만큼 주식 투자 비중은 올해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김 소장은 투자자의 성향을 안정형,적극형,공격형으로 나눠 주식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적극형 투자자의 경우 올해는 운용할 수 있는 돈의 8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도 위험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주식의 비중을 60%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는 "손실을 꺼리는 안정형 투자자라면 주식의 비중을 20% 이내로 해야 하고 모험을 즐기는 공격형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주식 비중을 70% 이내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방식은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권했다. 김 소장은 "주식에 투자하는 돈이 100이라면 80 이상은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며 "펀드 중에서는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의 비중을 6대 4 정도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투자를 할 경우에도 우량주의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며 "업종별로는 올해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음식료나 유통,통신 등의 주식이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주식을 포함한 전체 자산 운용에서는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채권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임을 뜻한다"며 "부동산 대신 채권에 장기 투자하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내년 한국 경제가 5% 내외로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전망과 관련,"5% 성장을 하더라도 V자 회복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제가 부진했던 탓에 상승 폭이 커지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보면 U자 또는 L자 형태의 느린 회복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11월 미국의 신규주택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주택경기가 다시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럽 국가들의 신용위기가 우려된다"며 "선진국 경제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지만 소비보다 투자가 많이 늘어난 탓에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1988년 대신증권 산하의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을 맡으면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던 2007년 하나금융그룹에 영입돼 하나대투증권 부사장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