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앞두고 곳곳에서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의 설문조사와 증권사 공표자료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bullish)인 증권사는 1,620~2,070의 범위를 제시한 IBK투자증권이고, 가장 방어적(bearish)인 증권사는 1,270~1,830의 범위를 제시한 KTB투자증권이다. 22개 증권사 중 소수를 제외하면 컨센서스는 1,400~1,500의 하단과 1,800~1,900의 상단에 모이고 있다.

증권사 별 전망 수치의 편차는 예년에 비해 큰 편이지만, 막상 전망을 이루는 논리를 보면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의 전망이 ‘글로벌 경기 회복’,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확대’, ‘국내기업의 양호한 실적 추이’라는 세 개의 ‘무난한’ 공통분모에 기초하고 있다. 일례로 실물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는 증권사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한마디로 2008년과 2009년에 경험한 바 있는 시장의 변덕과 괴력에 위축되어 몸을 사리는 분위기이다.

21세기 경제와 주식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질은 ‘혼돈’과 ‘변동성’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증권사별 전망의 유사성은 21세기 경제의 특질을 대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와 시장을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수십 개의 세세한 이유를 나열할 수 있지만, 사실상 경제와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이유는 명료하다. 그것은 (물론 단순히 경제와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점도 있지만) 경제와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내생(endogenous)변수보다는 외생(exogenous)변수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적의 대처 방법은 시장에 맞추어가며 조건적 시각에서 시장을 보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앞으로 수일 후에 비가 내릴 지, 아닐 지에 대한 전망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먹구름이 몰려오고 강풍이 부는 ‘전조’ 현상에서 수 시간 후에 비가 내릴 가능성을 유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더 나아가 비가 오기 전에 늘 온 몸이 쑤시는 사람은 자신의 몸 상태에서도 전조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조건적(conditional)’이다.

2010년을 앞두고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예측 불가능의 영역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이 풀린 유동성 상황만 보더라도,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들이 (정부정책의 의도대로) 실물경제 내에서 투자와 고용회복을 낳을지, 아니면 범세계적인 인수/합병을 촉발할지, 아니면 금융시장이나 자산시장으로 흐를지, 아니면 ‘유동성 함정’과 같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으로 연결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따라서 향후 경제와 시장을 전망함에 있어서 조건(전조)을 확인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1. 세계경제의 ‘출구전략’은 (방법론과 시기 면에서) 공통적인 모습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지역 별, 국가 별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인가?
2. 범세계적인 인수/합병 바람이 불 것인가?
3. 중국은 달러 페그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환율제도의 변화를 허용할 것인가?
4. 미국의 의료보장(건강보험)제도 개혁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5.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대기업 가(家) 3세들의 경영 전면 부상에 따른 ‘재계 3세 시대’는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경제와 시장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조건과 시나리오는 셀 수 없이 많고, 또 구체적으로 세분화될 수 있지만, 일단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위의 조건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다른 조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적이고 정성적인 함의를 지닌 5번을 제외하면 1번에서 4번까지의 조건은 모두 상반기 내에 (어느 정도) 확인 내지 감지 될 것들로서 2010년 한 해의 분위기를 결정하게 될, 사실상의 ‘결정조건’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선제적으로 예측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2009년의 범세계적 주가 폭등 역시 당초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2010년의 상황이 대다수의 예측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0년은 큰 것, ‘한 방’을 노릴 때가 아니다. 경제와 시장이 던져주는 ‘조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장에 적응하는 ‘시장중심(market-oriented)’ 전략에 충실해야 할 때다.

<알프레드 박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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