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 외에도 예년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에서 중동계가 지난 10월 이후 미국을 제치고 최대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달까지의 국적별 순매수 누계 금액은 미국이 6조7562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10월엔 사우디아라비아가 4454억원,지난달엔 아랍에미리트가 7553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랐다. 특히 중동계 자금은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기업 인수에도 나설 정도로 한국 시장과 기업에 적극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 늘려 한국 등에 투자 확대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부펀드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며 금융위원회를 방문,실무 담당자와 면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아직 구체적인 인수 계획을 세우진 않았고,관심을 표명하면서 탐색하는 정도"라며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혀오더라도 해외 자본에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으로 지분 절반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인수비용은 8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 2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자베즈 파트너스 컨소시엄도 중동계다. 유가 상승 덕분에 두둑한 '오일 머니'를 챙긴 중동 국가들이 국부펀드의 수를 늘려 투자 대상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제우 우리투자증권 글로벌 파이낸스팀장은 "과거엔 한 국가에 국부펀드가 한 개씩 있었는데,최근 2~3년간 국부펀드 수가 늘고 있다"며 "아부다비의 경우도 아부다비투자청 하나뿐이었다가 최근 '아딕(Adic)'이라는 새 펀드가 등장했고,추가로 또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사우디아라비아투자청'에 이어 내년에 새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말 터진 두바이 사태도 셰이크 압둘라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이 "두바이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할 정도로 진정돼 중동계 자금의 해외 투자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가장 많이 사들여

내년에도 미국과 유럽계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한국 주식 '사자'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동계가 공격적으로 가세하면 국내 증시의 수급 기반이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외국인 주식투자에선 지금까지 주류였던 미국과 유럽계 자금의 영향력이 다소 약해지고,대신에 중동계를 비롯한 일본 중국 호주 등 비주류가 약진한 게 특징"이라며 "국내 주식을 사는 외국인이 다양해지는 만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여 4조2361억원(이달 18일 기준)을 순매수했다. 이어 포스코 신한지주 현대차 LG디스플레이 LG LG전자 하이닉스 등을 각각 1조원 이상 사들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