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개인투자자들도 인수 · 합병(M&A) 투자에 참여할 수 있어 '큰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에 따라 새로운 투자수단인 '스팩' 제도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스팩 공모청약이 실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인 스팩(SPAC)은 다수의 개인투자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 3년 내에 장외 우량업체를 M&A하는 조건으로 특별 상장되는 페이퍼컴퍼니(서류회사)를 말한다. 기업공개(IPO)에 M&A를 결합한 스팩은 상장 이후 M&A에 실패하더라도 최소 투자자들의 원금 95%가량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IPO 투자절차는 비슷하지만 수익을 기대하는 시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스팩은 기존 IPO주와는 달리 상장 첫날부터 큰 수익을 주는 경우는 거의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스팩은 상장 후 M&A가 임박해야 주가가 반응하기 때문에 최소 1년가량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팩은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한국형 스팩'은 증권사 주도형이다. 증권사가 몇몇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스팩을 설립하고 IPO를 진행한다. 지난주 스팩 제도가 발효되자마자 대우증권은 산업은행 사학연금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를 설립해 내년 2월께 공모를 거쳐 3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장절차와 공모방식은 기존 IPO 기업들과 같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공모가격을 산정하고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각각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가격은 통상 액면가보다 몇 배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일반 IPO기업과 달리 스팩은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실적이나 영업활동이 전혀 없다. 향후 3년 내 장외 우량기업을 인수 후 합병한다는 조건으로 특례 상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의 상장심사도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투자방식은 기존 공모주 청약과 같지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존 공모주 투자는 상장 첫날 공모가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아 수익이 보통 단기에 결정되지만 스팩은 장기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M&A 성사가 임박할 때까진 기존 공모주와 달리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거래가 많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스팩은 영업가치가 없어 순자산가치(NAV)가 예치된 공모자금이라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주가는 공모가격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통상 주가는 M&A가 임박하면서 기대심리를 반영해 상승하게 된다. 스팩이 상장 후 M&A를 진행하려면 통상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다. 스팩이 상법상 회사로 간주되는 만큼 1년 이내에 합병할 경우 합병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상장 첫날 팔아 수익을 챙기는 기존 공모주 투자와는 달리 1년 이상의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스팩은 순자산가치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M&A가 임박할 때 주가가 반응한 후 우량 장외업체와의 합병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준다"며 "기존 공모주와 달리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공모자금 예치비율 꼼꼼히 살펴야

투자할 스팩을 선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해당 증권사 및 발기인들의 평판과 능력이다. 하지만 IPO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도입 초기여서 발기인들의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융당국은 스팩 설립에 반드시 일정 규모 이상의 증권사가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공모규모와 M&A 대상을 살펴야 하며 투자 시한과 공모자금 예치비율,설립자본금과 전환사채(CB) 발행규모 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스팩은 특별상장되는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자금 중 운영자금을 제외하고 최소 90% 이상을 별도 예치토록 하는 의무 규정이 있다. 만약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자를 감안해 원금의 95%가량은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치 비율에 따라 원금 보장형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스팩의 주주들은 일반 상장사보다도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스팩 발기인들이 M&A 대상을 결정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합병 결정은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동의가 절대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해당사자인 스팩 발기인들은 주총에서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주주들이 스스로 이익을 판단해 합병 승인을 결정할 수 있다"며 "반대주주에게는 주식매수 청구권이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