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나라마다 다르다.

주식시장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의 경우 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일반적이다.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만큼 충분한 지분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행사해야 한다는 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의 경우 1980년대 투자기업이 적대적 M&A(인수합병) 위기에 처하자 연금 자산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캐나다연금기금(CCP)도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편이다.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CCP는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을 하고 있다. CCP가 투자한 기업이 성과급 도입이나 증자 등의 안건에서 지침에 위배되는 결정을 하려는 경우 반대표를 던진다.

국공채 위주로 투자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캘퍼스나 CCP는 전체 운용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0%를 넘어서고 있다. 의결권을 포함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기업연금(BTPS)이나 네덜란드직역연금(APG) 등도 마찬가지다.

러셀 리드 전 캘퍼스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은 수익을 높여주고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연기금들은 자국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로 국민연금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직업별로 연기금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생긴 지 20년을 갓 넘긴 국민연금의 경우 지출하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훨씬 많은 반면 다른 나라의 연기금들은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국민연금이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 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