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한 해 살림을 결산하는 연말을 앞두고 코스닥시장에서 유상증자 공시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면 목적과 방식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메가포럼과 영진인프라를 비롯 전날에는 폴리비전 에스인포텍 씨엘엘시디 등이 무더기 관련 공시를 냈다. 15일 하루에만 6개 업체가 총 7건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을 정도다.

유상증자 소식은 해당 기업 주가에 상승요인이 될 수도,하락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폴리비전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8억여원을 유치,스트레이츠캐피탈이 2대 주주로 참여하면 관리종목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한 경우다. 또 주주를 대상으로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엔엔티는 계획을 철회하면서 오히려 상한가로 치솟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증자의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설비를 신축하는데 증자한 돈을 사용하겠다는 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계기업들이 두루뭉술하게 운영자금 등으로 표현한 후 자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부채 비율이 높고 금액이 소액일수록 급전을 구하는 것일 확률이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또 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방식은 일반공모보다 진행 절차가 빠르지만 구체적으로 대상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돈의 출처에 따라 향후 경영권 다툼이나 인수 · 합병(M&A)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새로 발행되는 신주의 보호예수 기간 확인 여부도 중요하다.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물량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이 답보 상태라면 기존 주주들의 배당 축소 가능성도 고려 대상이다. 또 자본금 대비 과도한 규모의 일반공모는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통례다. 증자 내용을 자주 변경하는 것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을 보여주는 기업이라면 유상증자를 성공시켜 한번에 깔끔하게 신규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치밀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