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면 기회가 있을 때 투자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좋은 투자가 될 수 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금융위기 초창기에 프레디 맥, 와코비아 은행, 모건 스탠리 등으로부터 인수.투자 요구를 받았고 신중한 검토까지 했지만 그 기회를 박차고 나온 것이 결국 잘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버핏과의 직접 인터뷰 및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가 금융위기 와중에서 수많은 인수.투자 협상을 거부하면서 인생 항해를 펼쳐온 과정을 전했다.

우선 지난해 3월 28일 버핏은 당시 리먼 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회장으로 부터 40억 달러의 투자 요구 전화를 받았다.

그날밤 오마하의 사무실에서 리먼의 연례 재정 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놓고 표지가 숫자로 가득찰 정도로 심도 있는 검토를 벌인 버핏은 재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거부했다.

6개월 후 리먼은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고 이는 월가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앞서 그달 15일에는 베어스턴스를 매입한 J.C 플라워스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이 또한 거부했고, 프레디맥의 투자 요구도 외면했다.

지난 가을에는 와코비아 은행의 로버트 스틸 회장으로부터 100억 달러의 투자 요구 전화를 받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고, 모건 스탠리의 존 맥 CEO의 투자 협상 제안도 거절했다.

미국의 최대 보험회사인 AIG 역시 버핏에게 손을 내밀었다.

로버트 윌럼스태드 CEO는 지난해 9월 12일 전화를 걸어 50억 달러의 투자를 정중히 요청했지만, 버핏은 "나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버핏이 모든 투자 요청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골드만 삭스의 50억 달러 투자 요청을 받아 들였고, 이어 10월 1일에는 미국의 대표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신문은 버핏이 지난달 3일 자신의 투자 역사상 최대 인수건인 미국 대형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타페이의 지분 77.4%를 260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위기의 상황에서 많은 요구들을 거부하면서 여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많은 실수를 했고, 위기 와중에 들어온 기회들을 극대화 시키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결국에는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