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연말랠리 기대가 한층 더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네 마녀의 마술'로 1650선을 훌쩍 넘어선 이후 당연히 기술적 조정압력이 거셀 것이란 일부 시장예측과 달리 1650선 지지에 안간힘을 쓰며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1622)과 단기선인 20일 이평선(1606), 장기추세선인 120일 이평선(1579)을 모두 상향 돌파하며 기술적 측면에서의 저항도 극복한 상태다.

우선 올해 마지막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가 향후 증시 방향성을 탐색하는 여러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두달여 동안 주식시장을 짓눌러온 투자심리 회복의 징후다.

전날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유입된 1조원 이상의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에 대한 해석은 아직까지도 분분하다. 연말배당 수익을 노린 기관들의 바스킷 매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 연말 코스피지수 종가가 적어도 현재 수준 이상에서 형성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투자심리 회복 징조로 풀이하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던 전날 장마감 직전 단일가로 1조원 이상의 대규모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면서 "이는 그 만큼 현시점에서 주식 보유에 대한 메리트가 시장에서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말 배당수익이라는 추가적인 변수가 있지만 현재 예상되는 배당수익률이 1%대 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12영업일 동안 주식보유에 따른 변동성 위험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면서 "결국 전날 유입된 1조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수세의 기저에는 연말 코스피지수 종가가 적어도 현재 수준 이상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주요 매수주체인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고, 시장이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에 안착하면서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도 상당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따라서 연말 미니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투자 심리가 살아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펀더멘털과 수급이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선별적 매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증시에는 일반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1월의 주가 상승폭이 다른달보다 높은 '1월 효과', 금요일만 되면 잘 나가던 주가가 하락하는 '금요일 효과' 등이다.

이런 징크스들을 일컫는 '시장 이례현상'(market anomaly) 중에는 연말효과도 포함된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구리가격 급등으로 대표되는 상품가격 강세는 경기회복과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연말연초 효과로 대변되는 '시장 이례' 현상을 기대하며 차분히 연말랠리를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경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올해 마지막 동시만기일 효과로 단기급등했는데도 1640선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선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미국의 소비회복 상황이나 두바이를 비롯한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등은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소극적인 저점 매수전략 정도로 대응하고 내년 연초 장세를 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심리 회복의 길목에서 시장참여자들이 어떤 대응전략을 세울지 귀취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