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SDI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15%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보유지분율은 이후 꾸준히 늘어 8일 현재 17.5%로 뛰었다. 이달 순매수액도 600억원을 넘어서 매수 상위종목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지난달 말 1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10% 이상 올라 14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4분기는 비수기여서 실적 모멘텀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주요 자회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기업가치가 중장기적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 외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승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보쉬와의 합작 자회사인 SB리모티브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 2차전지를 잇따라 납품하고 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담업체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성장성도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SB리모티브는 지난 8월 BMW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전지 독점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전장업체인 미국 델파이와 하이브리드 차량용 2차전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SDI가 뛰어난 기술력을 배경으로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전력망 효율화 정책으로 2차전지의 응용분야는 중소형 IT(정보기술) 제품과 자동차 등에서 발전용 전력망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아몰레드'(AM-OLED) 관련 제품의 출하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여 지분법 평가이익 증가 등에 따른 실적 개선세도 돋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모바일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아몰레드폰 출시 등에 힘입어 흑자기조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내년 연결기준 매출은 원 · 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올해보다 줄어든 4조6000억원에 그치겠지만 영업이익과 순익은 3050억원과 3530억원으로 각각 150%와 31% 급증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용 전지시장에 진출한 회사 중 저평가 매력이 가장 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선반영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시세보다 40% 이상 높은 20만원을 목표가로 내놓았다. 대우증권이 제시한 목표가는 18만5000원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