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인수한 후에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모투자펀드(PEF)가 도입된 지 5년이 됐다.

이 기간 동안 PEF는 100개가 넘게 나와 국내 인수 · 합병(M&A)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빅딜'이 아닌 '스몰딜'을 겨냥한 100억~200억원대 소형 PEF가 대부분이어서 외국 자본에 대한 대항마로서 토종자본을 육성하겠다는 당초의 도입 취지가 빛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EF는 2004년 12월6일 도입된 이래 모두 108건이 등록돼,이 중 103개가 운용되고 있다. PEF에 투자를 약속한 약정금액은 총 16조9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투자가 집행된 자금은 10조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주도로 탄생한 PEF는 국내 M&A 시장에서 주력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과 같은 외국 자본에 맞설 수 있으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내 PEF는 질적으로는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투자자금 규모 등 양적으로는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국내 PEF의 운용인력과 거래(딜)의 구조화 및 평가 능력 등은 글로벌 수준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지만 글로벌 PEF처럼 수조원대 대형 딜을 소화할 수 있는 토종PEF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PEF 규모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PEF 컨설팅 회사인 영국 프레킨(Preqin)의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PEF의 자금모집액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6000억달러(약 690조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 전인 2007년 650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2005년(3500억달러)이나 2006년(5500억달러)보다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9월 말 현재 1800억달러(약 207조원)가 PEF에 투자됐다.

반면 국내 PEF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직후인 2005년에는 한 해 동안 PEF 14건의 투자 약정 규모가 4조1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올해는 11월 말까지 건수는 29건으로 두 배를 넘지만 약정액은 2조3000억원으로 오히려 크게 줄었다. PEF 개당 평균 규모가 2005년 3000억원에서 올해 8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PEF의 자금 모집 대상을 해외 쪽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구조조정 기업들을 살릴지 말지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해야 PEF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원입법 방식으로 추진되다가 국회 통과가 지체되고 있는 '기업재무안정 PEF'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우 보고펀드 공동대표는 "PEF가 도입된 지 5년이 됐지만 투자 기간은 대부분 길어야 2~3년에 불과하고 금융위기까지 발생했던 만큼 성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며 "단순 투자를 넘어 가치를 창출하는 PEF 투자 사례가 더 나와야 대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