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증권사 20개(청산 예정인 리먼 브러더스 제외) 가운데 한국인이 대표 또는 지점장을 맡고 있는 곳은 17개에 달한다. 이들 대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명이 미국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또 한국인 임원은 총 46명으로 23명이 미국 대학을 나왔다. 미 동부지역 대학 출신이 17명이나 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 등 명문 아이비리그 출신만도 대표 4명을 포함,10명에 달한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가(街)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전통적으로 아이비리그 출신자를 선호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임원의 절반이 美 대학 나와

한국경제신문이 JP모간 골드만삭스 씨티 크레디트스위스(CS) CLSA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의 한국인 대표와 서울지점장, IB · 채권 · 주식 등의 사업부문 대표들을 포함한 임원 46명을 조사한 결과 해외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 24명으로 국내파(22명)보다 많았다. 특히 미국 대학 졸업자가 23명으로 압도적이었다. 1명은 영국 대학 출신이다. 이들 중 20명은 미국 MBA 학위를 갖고 있다. 국내 대학은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미 대학 졸업자의 경우 명문대학인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 예일 브라운 다트머스 등 아이비리그 출신이 10명이나 된다.

유럽계인 도이치증권의 김수룡 회장과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의 정유신 대표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출신이다. 윌리엄 우석 최도이치증권 기업금융부 대표(MBA), 한동권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기업금융부 대표(학부) 등은 컬럼비아대에서 학부 또는 MBA 과정을 마쳤다. 미국계는 물론 유럽계 증권사도 미국 대학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또 박상용 골드만삭스 대표(컬럼비아대),김종윤 골드만삭스 기업금융부 대표(다트머스대)도 MBA 출신이며,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예일대를 나왔다.

아이비리그가 아니더라도 동부지역 대학을 나온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임석정 JP모간 대표는 조지워싱턴대,존제이장 도이치증권 주식총괄대표는 듀크대,윤석 CS 전무는 뉴욕대 출신이다. 장영우 UBS서울지점 대표와 양원일 BNP파리바 대표도 각각 조지워싱턴대와 뉴욕시립대에서 MBA를 받았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전통적으로 아이비리그 출신을 선호한다.

외국계에서 근무하다 최근 국내 증권사로 옮긴 한 IB본부장은 "미국계 투자은행들은 아이비리그에서도 일부 대학만 골라 찾아가 사람을 뽑을 정도"라며 "특히 기업금융이나 IB 등의 부문에서는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증권사 IB부문 대표 10명 중 6명은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이들은 대학을 마친 후 바로 월가나 외국계 증권사의 홍콩 지점 등에서 일자리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김종윤 대표는 뉴욕 · 홍콩(메릴린치)에서 일을 시작했으며,함춘승 대표도 런던에서 금융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이천기 CS 대표는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받은 뒤 뉴욕연방은행과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에서 근무했다.

◆씨티 · BTC 출신 1세대는 '시장의 축'

국내 자본시장에 일찍이 들어온 외국계 1세대들은 이미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장의 국제화가 확대돼 이들의 입지가 넓어진 데다 현 정부 들어 이른바 '모피아'(옛 재경부 출신)로 대변되는 경제관료 대신에 외국계 출신 인물들을 주요 보직에 대거 기용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특히 씨티와 도이치뱅크에 흡수돼 지금은 사라진 뱅커스트러스트(BTC) 출신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씨티 출신으로는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과 이수화 예탁결제원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박장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BTC 출신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씨티와 BTC 출신 인물이 많은 것은 한국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업체가 '도제' 스타일의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전통을 갖고 있던 것도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회사 순환근무하며 인맥 형성

외국계 한국인 임원들은 학맥과 근무지 연고 등을 배경으로 갈수록 인맥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외국계 한국인 대표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증권사들을 돌아가며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이 과정에서 다른 외국계 업체 임직원과 자연스럽게 새로 안면을 트면서 인맥이 두터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상용 골드만삭스 대표는 3년 전까지만 해도 CS 서울지점 대표였다. 김수룡 도이치증권 회장도 바로 직전까지 JP모간에서 근무했다. 임석정 JP모간 대표는 살로먼브러더스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이천기 CS 대표는 골드만삭스에 몸을 담았었다. 또 최형호 BNP파리바 대표는 메릴린치 대표를 지냈고,임동수 CLSA 대표는 자딘플레밍의 리서치 담당이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