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력 강화 예측 못해…"투자 판단에 오히려 혼선"

증권사들이 작년 연말 내놨던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은 하단은 근접했으나 위가 뚫린 것으로 집계됐다.

완전히 빗나갔던 작년 전망보다는 나았지만, 올해 지수 상단을 제대로 맞춘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또다시 빗나간 증권사들의 지수전망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저점 대비 현 고점 기준으로 73.68% 급등했는데도 주식 투자를 해서 재미를 봤다는 투자자는 드문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 위가 뚫린 올해 증권사 지수전망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2개 주요 증권사는 작년 11∼12월 2009년 코스피지수 저점과 고점으로 평균 872와 1,448을 제시했다.

연중 장중 저점(3월 3일 992.69)과의 평균 전망치와의 오차는 12.09%에 그쳤지만, 고점(9월 23일 1723.17)과의 평균 전망치와의 오차는 15.96%에 달했다.

2008년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과 실제 코스피 지수 간 오차율이 하단은 96.52%, 상단은 16.78%에 달했던 데에 비하면 선방했지만, 여전히 평균 예상 고점과 실제 고점과의 차이는 300포인트에 달했다.

고점을 1,300으로 업계 전체에서 가장 낮게 봤던 SK증권은 전망치가 실제 고점에서 423포인트나 빗나가 오차가 24.55%에 달했다.

메리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고점으로 1,320을 예상해 역시 실제 고점을 400포인트 넘게 밑돌았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이 1,338, 푸르덴셜투자증권이 1,354, HMC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가 1,400, 하이투자증권이 1,415, 한국투자증권이 1,430을 각각 제시해 지수 상단 전망이 평균보다 빗나갔다.

반면 대신증권은 고점으로 1,600을 제시해 오차가 7.1% 나긴 했지만 실제고점에 가장 근접했으며 저점으로도 1,000을 제시해 실제 저점과의 오차가 0.8%밖에 나지 않았다.

◇ 韓기업 경쟁력 강화 예측 못한 게 주요인

작년에 지수전망을 내놨던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공포심에 휩싸여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예측 못 한 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의 경험의 잔영 때문에 지수 상단 전망치가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갑자기 닥친 금융위기에 충격을 받으면서 공포심이 컸고, 1997년과 1998년 상황이 재연되리라고 생각해 지수 상단을 더 높게 잡지 못한 것"이라며 "통상 연간 코스피의 변동폭은 30% 정도가 일반적인데, 작년과 올해 모두 변동성이 유례없이 커 지수밴드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업계 전체적으로 금융위기가 정상화될 것인지에 대해 의심이 많아 대부분 증권사가 코스피지수가 높게 상승하리라고 예상치 못한 것"이라며 "특히 코스피가 1,720선대까지 올라간 동력인 우리나라 IT와 자동차산업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점유율 확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올해 증시는 중국경제의 회복 때문에 상승했다기보다는 미국 금융위기가 정상화된 결과"라면서 "올해 증시전망 당시 중국을 주요하게 생각했던 경우와 미국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경우가 있는데, 미국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쪽이 들어맞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