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이 내년 소비 확대를 불러 유통주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이색 분석이 나와 관심이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몰아친다는 식의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투자증권은 1일 삼성전자의 성과급 확대와 지난달 실시됐던 평균 10%의 임금 인상이 내년 민간소비를 최대 2.9%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노사 협의로 줄였던 성과급 상한선을 지난 10월 원상 복구해 직원들에게 초과이익 분배금과 생산성 격려금을 각각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300%까지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은 내년 전국 가구의 24%를 차지하는 도시근로자 가계의 임금 총액을 올해보다 11조~16조원(7~10%)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는 자영업자들의 소득 증가로도 이어져 중산층 이하의 소비 성향을 끌어올려 내년 민간소비를 올해보다 6.5% 상승한 590조원 수준으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의 박진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성과급 및 임금 인상 조치가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확산되는 중"이라며 "이는 다른 그룹들의 임금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올해 고소득층 중심으로 나타났던 소비 확대가 내년에는 중산층 이하 계층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유통주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통주는 2006년부터 올 3분기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4분기 들어서는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내고 있다"며 "유통주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같은 강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