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근거없는 루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도 정작 이를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악성 루머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루머로 인해 10여분만에 20포인트 가까이 속락하는 등 장중 크게 출렁거렸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오전 10시30분을 전후해 미스리메신저, 에프엔메신저 등을 통해 지난달 26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인근에서 피습당해 사망한 것이 확실시된다는 루머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로 인해 상승 출발해 장중 1570선 회복을 노리며 순항 중이던 코스피지수는 갑자기 급락하며 하락반전해 1541까지 밀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이처럼 급격한 장중 변동성을 보인 것은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설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악성 루머가 확산된 시점에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를 우려한 외국인들의 순매수 강도가 뚜렷히 약화됐다.

통일부는 증시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피습 사망설과 관련해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악성 루머가 증시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남북한 서해교전이 발발한 다음날에도 '또 한차례 서해교전이 발생했다'는 루머가 메신저를 타고 돌면서 장중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선물 매매 세력들이 일시적으로 주가 방향성을 움직이기 위해 이 같은 루머를 퍼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최근 주가 방향성이 불확실하고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작은 변수에도 불안하게 흔들리는 취약성을 노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선물시장에서 개인이 오전 10시20분에서 단 10분 간 5000계약 가까운 매물을 팔아치우면서 지수선물이 장중 한때 하락반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물시장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거래량이 떨어진 현물시장까지 여파가 크게 미치는 사례가 최근 증시를 통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이 같은 파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되는 불공정거래나 루머는 감시하고 있지만 메신저를 감시하는 것은 개인통신에 관련된 사항이라 수사기관이 아니고서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메신저의 경우 개인통신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이 아닌 한 법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작전 세력이 있을 경우 루머 유포와 함께 매매를 수반하게 되므로 주식매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감시하고 있다"며 "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치는 사건의 경우 사법당국인 검찰의 주도하에 공조를 통해 루머를 단속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일 사망설이 과거에 나온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는 측면에서 시장교란을 노린 것일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당국은 시장교란 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감독업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