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행株 "두바이 걱정 덜었다"…외국인 매수에 급반등
건설주와 은행주가 두바이 사태의 여진을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안도감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급반등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두바이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락했던 증시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자금 이탈이 우려됐던 외국인이 지난 주말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을 1200억원 넘게 사들여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두바이 사태에 따른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증시가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태가 완전히 수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시장의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 · 은행업종 4%대 반등

30일 건설주와 은행주는 개장과 동시에 큰 폭으로 뛰어올라 장중 내내 강세를 보이며 강세장을 이끌었다.

건설주는 중동 지역 수주 호조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완화되면서 대부분의 대형주가 급반등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7.43% 급등한 10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물산은 4.95% 뛰었고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0개 대형 건설주로 구성된 KRX건설업종지수는 4.1% 반등했다.

은행주 역시 두바이 사태에 대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로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이 9.4% 뛰어오른 것을 비롯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2~3% 상승했다. 4개 금융지주사와 6개 은행으로 구성된 KRX금융업종지수는 4% 올랐다. 건설주와 은행주의 이 같은 동반 강세로 코스피지수는 31.10포인트(2.04%) 오른 1555.60에 장을 마쳤다.
건설·은행株 "두바이 걱정 덜었다"…외국인 매수에 급반등
외국인이 하루 만에 '사자'로 돌아서 유가증권시장에서 1268억원을 순매수한 것도 지수 상승을 도왔다. 외국인은 우리금융과 신한지주를 각각 296억원과 235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2,3위에 올렸다. 또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도 순매수 상위 10위에 포함시켰다.

권기정 ABN암로 이사는 "이날 하루 동안 외국인의 매도 주문이 거의 없었고 미국계 펀드를 중심으로 은행과 건설주에 대한 매수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권 이사는 "두바이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은데 지난주 건설주와 은행주가 급락한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진단에 외국인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도 "지난주 국내 증시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대거 몰렸다"고 설명했다.

◆건설 · 은행주 추천 잇따라

두바이 후폭풍이 빠르게 진정되면서 건설주는 내년부터 수주 회복으로 호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으로 증권사들의 추천이 잇따랐다.

이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과 국내 주택사업 등 전 부문이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건설주 같은 수주산업은 회사가 가장 빠르게 돌아갈 때 투자하는 게 올바른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플랜트 업체들의 경쟁력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유럽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는 삼성물산이 올해 초부터 두바이 관련 매출 비중을 축소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주도 은행업종이 내년 이익 개선세가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최고 수준일 것이란 전망 등 긍정적 분석이 이어졌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금 조달 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은행주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와 같은 위기 이후 파열음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기준으로 한 은행주 주가 수준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당분간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