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에 따른 폭락 장세로 한주를 마감한 국내 증시는 다음주에도 빠르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은 개별적으로 악재로서의 무게는 크지 않지만, 시장의 충격이 크고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어 지수의 빠른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산타 랠리'나 연말 미국 소비 특수와 같이 시장이 기대했던 긍정적 신호들이 사라지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연말 장세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코스피지수는 이번주 1,524.50으로 마감해 지난 주말보다 96.10포인트(5.92%) 급락했다.

주 후반 두바이발 쇼크가 강타하면서 코스피지수는 간신히 회복했던 1,600선을 다시 내주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479억원을 순매수해 1,600선 회복을 이끌었던 외국인은 27일 하루에만 2천99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지수는 이에 따라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1,560)을 힘없이 내준 후 1,520선까지 미끄러졌다.

1,54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8월 18일 이후 처음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두바이월드에 대한 국내 기관의 직접적 투자액이 크지 않고, 한국 증시에서 중동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지만, 두바이쇼크로 금융위기가 과연 치유됐는가 하는 의구심이 시장을 각성시킬 수 있다"면서 "직접 피해액은 크지 않아도 잔잔하게 마감할 것 같았던 연말 증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코스피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새로운 지지선 구축이 쉽지 않은 상태이고, 외국인에 철저히 의존했던 수급 여건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추가적 조정 압력이 가해질 수 있으며 시장의 안정이 확인된 후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1년여 전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발(發) 금융위기에 대해 학습효과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두바이발 충격에 과민반응해 주식시장이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는데 이는 과매도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산타 랠리나 연말 미국소비 특수와 같이 시장이 기대했던 긍정적 신호들이 사라지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반등이 나오더라도 이전 고점인 1,600선 초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7.76포인트(5.79%) 내린 451.67로 장을 마쳤다.

주 초반 모멘텀 부재와 수급 약화에 따라 약세를 보였던 코스닥시장은 두바이 쇼크로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

코스닥지수는 앞으로도 당분간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우증권 선승수 연구원은 "급락에 따른 지수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도 예상되지만, 최근 거래량 부진 등 시장의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다 해도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