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악재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두바이 정부가 국영 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에 코스피지수가 5% 가까이 급락하고 원화가치도 떨어졌다.

그러나 두바이발 쇼크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채권값은 뛰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린 것은 '연말 랠리'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두바이 충격으로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다시 꺾이거나 제 2의 금융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으로 주식 등을 팔아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투자자들이 이날 미국 등의 해외 시장 동향 등을 지켜보면서 투자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바이 사태가 다른 곳으로 확산하지 않으면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 원화가치. 주가 등 동반 급락..채권값은 급등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동반 주식 매도로 5%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02포인트(4.69%) 하락한 1,524.50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2천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주가 하락 여파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171.2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2원 오른 1,175.5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170원대로 마감한 것은 이달 5일(1,179.80원)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두바이 쇼크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에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져 환율도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는 "코스피지수가 낙폭을 확대할 때마다 환율도 상승폭을 확대하는 분위기"라며 "역외 세력들이 달러를 매수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 김동완 상황정보실장은 "예상치 못한 두바이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며 "중동은 아시아나 미국보다 유럽과 교역 및 투자 관계가 많아 우리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나 투자자들의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여파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용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6일 기준 100%포인트로 전날보다 5%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작년 말에 비해서는 216%포인트 내린 수치이다.

반면 두바이 정부의 유동성 악화 사태로 글로벌시장에서 안전자산 산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채권금리는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이날 매도세력은 미미한 데 반해 채권 매수 세력이 몰리면서 채권값을 밀어올린 것. 이날 오후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12%로 전날보다 0,08%포인트 하락했다.

대우증권 서철수 선임연구원은 "두바이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금이 채권으로 몰려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며 "중장기 추세적으로 보면 채권금리는 고점을 찍고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단기악재' vs 다른 악재 생기면 장기화할 수도
전문가들은 일단 이날 오후 미국 등의 해외 시장 동향을 지켜봐야 하지만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두바이 사태로 인한 충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한 충격은 연초 동유럽 사태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바이 정부의 차입규모나 차입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뉴욕증시에서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이 나타나지 않으면 환율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두바이 사태를 단기 리스크로 보는 경향이 있어 금융시장 불안이 오래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두바이 사태 충격은 연초에 겪었던 동유럽 사태에 비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두바이 정부의 차입의존도 자체가 낮아 사태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두바이 쇼크가 다른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등장하면 시장과 실물경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번 사태에 따른 후폭풍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증권 박태근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이번 사태가 시장 위험을 확대시키기 보다 단기적으로 실물경기 둔화나 출구전략 지연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편"이라며 "두바이 사태가 유럽을 통해 금융위험으로 재현되느냐, 호주 등 일부 출구전략 선도국가들의 기업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한 외국계 운용사 채권펀드매니저는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 나라는 두바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많지 않아도 유럽 등 다른 지역이 영향을 받으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구조 특성상 독야청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