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절대 저평가 국면에 진입해 있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감안할 때 깊은 조정을 받고 있는 현시점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 할 때라는 주장이다.

반면 글로벌 주시시장 대비 상대적인 저평가 정도가 많이 약화돼 있는 만큼 균형적 시각이 요구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이익이 지난 3분기를 정점으로 급속한 둔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증시 침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절대적 수치로 보면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국제유가 등 대외환경이 국내 기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쳐 향후 이익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미래 기업이익 변동을 예상할 때 모멘텀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를 살펴보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며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으로 대변되는 수출주의 경우 환율에 민감하지만 절대적인 이익과 해당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이 같은 악재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수준이 100에서 80으로 떨어지는 것은 10에서 9로 떨어지는 것보다 나빠지는 속도가 빠를 뿐이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와 수출주 등이 '디스카운트'(할인)되고 있는 주된 원인은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들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매수강도는 약해졌지만 이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수출주 위주로 한국물을 사들이며 할만큼 하고 있다"면서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증시를 너무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는 2007년 주식형수익증권의 악몽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당시 고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물린 국내투자자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외국인들이 살만큼 사고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 역시 높아진 다음에 동시다발적으로 펀드로 뒤늦게 몰리는 2007년을 재현하기 보다 밸류에이션이 싼 시기에 투자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모간스탠리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의 지나친 저평가 상황을 언급했다.

MSCI한국지수가 현재 12개월 추정 이익 대비 9.7배에 거래되고 있고, 이는 일본을 제외한 MSCI아시아태평양지수 대비 33% 정도 저평가된 수준이라는 것.

아울러 한국 주요 증권사들이 기업이익 추정치를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이 되레 비관론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오히려 한국 기업의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고, 일본 엔화대비 원화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가고 있어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4분기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증시를 글로벌 주시시장과 비교할 때 상대적인 저평가 정도가 많이 약화돼 있는 만큼 벨류에이션 매력에 대한 균형적 관점을 주문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수준과 비교하면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은 희석되는 상황"이라며 "2009년 아시아 신흥시장이 탄력적인 주가상승을 보이면서 선진시장과 국내 주식시장의 PBR격차가 빠르게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6년 이후 선진시장 대비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 PBR이 평균수준을 웃돌고 있고, 오히려 유럽과는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낮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역사적이고 상대적인 저평가 정도는 약화된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점이 올해 4분기 들어 한국보다 선진시장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