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의 거품을 이대로 놔 두면 또 한번 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시장 규제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46)는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0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포럼'에서 "자산시장의 거품이 부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 교수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작년 가을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일부 패닉에 의한 것이었기에 지금의 자산가격 반등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그러나 자산, 특히 주가의 경우 상당부분이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것이다보니 거품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자율이 '제로'에 가깝다 보니 달러 차입을 이용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더 늘어나 글로벌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영미 중심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더딘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대출 부실이 발생할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산가격 거품이 두려워 거시정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돈을 풀어서 숨 쉴 틈을 만들어 놨으면 한쪽에서는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 조정이나 구제금융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적절한 과세 등의 시장 규제를 통해 지나친 거품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규제에 실패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제대로 된 금융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5년, 10년 후에 2008년과 비슷한 사태가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잘못된 경영으로 위기를 초래한 경영자들이 공적자금만 지원받고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시 위기가 왔을 땐 공적자금 투입에 큰 정치적 저항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만약 위기가 또 왔는데 공적 자금 투입이 안 된다면 부실 금융기관의 청소가 불가능해지고, 이럴 경우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제 2의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2008년 위기를 기점으로 미국 달러의 패권을 사실상 막을 내렸다"며 "앞으로는 유로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의 경우 금융위기로 파운드가 크게 절하됐는데 또 한번 평가절하가 있다면 영국은 파운드를 버리고 유로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미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유로와 파운드의 통합 비중은 31.9%에 이른다"며 "영국이 유로에 가입하는 상황이 오면 이 비율이 50%에 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유로가 최대 통화로 부상하면 미국은 더 이상 달러를 찍어내 계속 수입만 하는 처지가 못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이 부상하자 한국에서 제조업 비중을 낮추고 서비스로 주력 산업을 전환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좇아 오는 중국만 보지 말고 달아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 시장도 봐야 한다"며 "간판만 내걸고 서비스업을 한다고 이게 되는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튼튼한 제조업 기반 없이는 금융과 컨설팅, 엔지니어링, 디자인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제조업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