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6조4000억원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달 국내 증시 조정으로 환매가 주춤해지면서 지난 19일까지 100억원가량 자금이 순유입되긴 했지만 언제라도 시장이 반등하면 환매가 다시 이어질 조짐이다.

해외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말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적립식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낸 펀드들을 중심으로 환매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는 지난 7월부터 5개월째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에도 5000억원 남짓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7월 이후 순유출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올 들어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펀드들이 있다. 국내 주식형에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를 비롯해 '한국투자네비게이터' 'KB코리아엘리트20'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트러스톤칭기스칸' 등이 꼽힌다.

해외에서는 원자재펀드인 'JP모간천연자원'을 포함해 러시아 브라질 중국본토펀드 등이 자금을 끌어 모았다. 대안투자 상품인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인덱스'와 '산은CYD인덱스1'도 수백억원대 자금을 유치해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자금이 들어온 펀드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운용능력을 인정받았거나 향후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지역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운용에 대한 노하우가 입증된 운용사와 해당 운용사의 대표펀드 위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운용사들이 회사를 대표할 만한 펀드들에 대해서는 수익률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어 비교지수(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한투운용 두각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의 C형과 A형엔 각각 1027억원, 829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한국투신운용은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에도 840억원대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1~3위를 싹쓸이했다.

배 수석연구원은 "네비게이터펀드는 연초 이후 58%의 수익을 거두면서 코스피지수 상승률(40%)보다 18%포인트나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특히 이 펀드는 연간 운용성과의 편차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펀드는 최근 1년 성과에서 상위 1%를 차지하고 있고 2년 성과도 상위 7%, 3년 성과는 1% 안에 포함돼 있다.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엘리트20C'에도 645억원이 순유입됐으며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1A2' '하나UBS인베스트연금1' '트러스톤칭기스칸A' 등에도 6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들 펀드는 '하나UBS인베스트연금1'을 제외하면 설정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한 펀드들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탁월한 위험관리 능력으로 운용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만들어진 '트러스톤칭기스칸A'는 1년 수익률이 90.08%로,설정액 10억원 이상 전체 722개 펀드 중 10위에 올라 있다.

이 밖에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스트라이크'나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 등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해외 주식형은 원자재 · 자원부국펀드

올해 해외 주식형에서 자금을 가장 많이 끌어 모은 펀드는 'JP모간천연자원A'이다. 이 펀드는 '블랙록월드광업주(H)(A)'와 함께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배 수석연구원은 "JP모간천연자원은 탁월한 리서치 능력을 바탕으로 연초 이후 100%에 육박하는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개별 원자재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비중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시장 대비 월등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코친디아포커스7C-i'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3C' 등도 자금 유입 상위펀드에 포함됐다.

지역펀드별로는 대부분 러시아나 중국본토 브라질펀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JP모간러시아A'에는 690억원이 순유입됐으며 'PCA차이나드래곤A셰어A-1A' '푸르덴셜중국본토HA' 'JP모간러시아C'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1A' 등도 자금 유입액이 컸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원자재 및 자원부국 펀드의 증가세가 압도적인 것은 인플레이션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높은 수익률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대안펀드에서는 원자재지수펀드에 돈이 많이 몰린 반면 리츠나 부동산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인덱스B'에는 365억원이 순유입됐으며 '산은CYD인덱스1C1'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B' '삼성리버스인덱스1(A)' 등에도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오 팀장은 "리버스인덱스 · 인버스펀드에도 돈이 들어온 것은 급등 후 주가조정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