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1,600선에 재진입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와 모멘텀 및 주도주 부재라는 펀더멘털 상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모처럼 나타난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1,600선 재탈환에 기여했다.

지난 18일 외국인이 6천500억원 가까이 사들인 데 힘입어 지수는 18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1,600선을 회복했다.

이어 19일에도 주가지수는 1% 이상 뛰며 상승 기조를 재확인했다.

20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증시의 하락에 사흘 만에 조정을 받으며 11시 40분 현재 전날보다 0.25% 떨어진 1,616.42를 기록 중이지만 1,610선을 견고히 지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가 고질적인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이를 계기로 연말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게다가 과거 증시에서 계절적으로도 연말에 지수가 급등하는 '연말 랠리'가 나타났다는 것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틀간의 지수 흐름만으로 연말 증시를 예단하기는 이르며, 제한적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연말 랠리의 시작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직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원화의 급격한 강세가 완화돼 수출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안화 절상이나 원화 강세 이슈는 사라지지 않았고 경기선행지수의 고점 통과 등으로 판단하건대 기업이익 하향 조정이 나타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유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IT 업종도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강도 강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물량의 대부분이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유입됐다는데 주목하면서 외국인 매수 효과가 일회성 재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원은 "주초 소매판매 개선 등 증시 호재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2천억원 내외에 그쳤다는 점에서 메릴린치를 필두로 한 외국인 매수는 일회성 재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라며 "여전히 제한된 등락 국면을 예상한 단기 트레이딩 관점의 시장 대응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말 랠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12월로 갈수록 박스권 상향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 연구원은 "12월 선물옵션 만기일을 계기로 배당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내년 증시를 겨냥한 주식 보유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 지속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박스권 상향 돌파를 위한 시도는 진행형"이라며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4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재료"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