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위기처럼 소리 없이 찾아옵니다. 미리 준비한 사람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죠.우리 금융시장은 지금이 기회입니다. 현재 상황을 깊이 고민하고 준비하면 금융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19일 금융투자협회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의 마지막 강사로 연세대에서 '금융시장이 미래를 만든다'는 주제로 강의했다. 연세대(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도이치증권 한국 부회장,IBK투자증권 대표 등을 거쳐 지난 6월 대우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30년 넘게 차이가 나는 후배들 앞에 선 임 사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 뒷얘기를 시작으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외환위기 사태 직전 미국 재무성 차관보가 방한해 경제부처들을 비공식으로 방문해 물어본 것은 국가 총 외화부채의 상환 일정과 롤오버(만기연장) 비율 딱 두 가지였지만 당시 우리정부엔 그런 자료조차 제대로 없었습니다. 국가와 은행이 부도를 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

임 사장은 "그렇지만 미국 금융회사들은 1997년 초부터 해외 단기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해 4~5월엔 태국부터 외환위기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연말이 될 때까지 아무런 대비도 없었죠.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도 2006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평상시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위기뿐만 아니라 기회 역시 준비한 사람만 포착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우리 금융시장의 가장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잠재력이 덜 개발된 상태라는 지적이다.

임 사장은 "국내 상장사들은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며 "기업 성장에 맞춰 증시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처럼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한 장기투자의 토대가 마련돼 있어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또 "현재 우리는 경제활동 연령층인 30~4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10년간은 빠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며 "고령화의 진행과는 반대로 50대 중반 이후 고용률은 하락하고 있어 시중금리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의 규모와 구조가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골드만삭스에 비하면 30분의 1 수준"이라며 "금융투자회사들은 시장의 급변에 대비해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2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다"며 "앞으로 대형화와 전문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도 빠르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실은 정규 수업 수강자 외에도 청강생들까지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경제학과 2학년인 김용선씨(22)는 "자본시장법과 금융시장의 진입장벽 등 평소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며 "금융투자업계로 진출해 금융시장 발전의 한 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