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선물과 현물(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며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 1600을 중심으로 박스권 트레이딩에 나서면서 지수 상승을 가로막고 있고, 선물시장에서는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갖춘 '프로 개미'들이 변동성을 높여 수익을 챙기는 양상이 거듭되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 상승과 외국인의 사자세에 힘입어 20일 이동평균선은 물론 1600선을 잇따라 돌파하며 강한 반등을 시도했지만 현·선물 시장에서 개인 매도세로 상승 탄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말았다.

이날 장중 1610선까지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오전 10시38분께 갑자기 상승 폭을 축소하며 1590선까지 밀렸다. 상승세 둔화가 갑작스러웠다는 점에서 이 같은 코스피 지수의 움직임은 선물 시장 개인의 투기성 대량 매도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수선물 시장에서 개인은 장 초반 순매수를 이어가다 5분여 동안 2000계약의 매물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순매도로 급전환했다.

이 때문에 현선물 가격차이인 베이시스도 급격히 악화돼 콘탱고에서 한때 백워데이션으로 전환했고,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 규모도 31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감소했다.

뚜렷한 수급주체 없이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하던 코스피지수가 베이시스 악화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 폭 축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셈이다.

특히 이날 반등이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의 선물 매매를 통해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일으켜 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재현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들어 이 같이 개인의 선물매매에 따라 현물시장이 출렁거리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개인의 장중 선물 매매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에도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을 앞세운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한때 상승 폭을 반납하며 하락반전했다.

당시 개인은 선물시장에서 오전 10시를 전후해 단 20분 동안 무려 2500계약 가까운 매물을 쏟아내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 여파로 상승 중이던 코스피200 지수선물 12월물은 상승 폭을 반납하고 하락반전하고 말았다.

이런 변동성의 주범은 그 동안 선물시장의 주도세력이었던 외국인들이 헷지성 거래를 제외한 투기성 단타거래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틈새를 노린 큰 손 개인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만계약 정도의 자금력을 갖춘 소수 세력이 개인들의 투자심리 공백을 이용해 시장을 뒤흔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개인의 자금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급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현물시장에서도 개인들은 급등장이 펼쳐질 때마다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급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도 자신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개인들은 코스피지수 상단인 1600선 이상에서 무조건 팔고 그 아래에서는 매매하는 전형적인 단기매매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김다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