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달러약세를 부추기고 글로벌 경제를 위협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중국이 뒤로는 미국 국채를 계속 사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글로벌 투자자들도 장기물 미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일각에서 우려해온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달러 자금을 빌려 각국의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자본이탈 현상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7일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월간 국제투자유동성(TIC)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중 장기물 채권투자를 기준으로 한 미국으로의 순자본 유입액은 407억달러로 한달 전보다 65억달러가 증가했다.

달러약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미국으로의 순자본 유입이 4개월 연속으로 지속돼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의 미 국채 순매입액은 447억달러로 한달전의 280억달러에 비해 167억달러가 증가했다.

특히 달러화 약세의 폐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여온 중국은 미 국채 보유 규모를 8월말 7천971억달러에서 9월말에는 7천989억달러로 18억달러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말의 7천274억달러에 비해서는 715억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은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3분의 2 가량을 미국 국채를 비롯한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어 미국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왔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 국채만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류밍캉(劉明康)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때맞춰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고 세계 경기회복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중국은 영국, 일본, 캐나다 등과 함께 미국 채권을 사들이는 `큰 손' 역할을 해온 것으로 확인된 것.
한편 한국은 9월말 현재 미 국채 보유규모가 388억달러로 한달전보다 1억달러 증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