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모주 청약시장 해빙 조짐
연말 공모주 청약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얼어붙었던 공모시장에서 대어급 공모주들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포스코건설이 돌연 상장을 연기할 정도로 침체된 공모시장에서 SK C&C에 이어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잇따라 기관투자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공모가격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어급 공모주가 선별적이나마 얼어붙은 공모시장을 녹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어급 공모주 잇단 선방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오는 11~12일 공모 청약을 앞두고 최종 공모가격을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회사 희망가격인 9500~1만2000원의 상단에서 결정된 것으로 총 공모 규모는 1762억원으로 정해졌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이 회사의 고배당 · 고성장 매력이 부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미 청약을 마치고 1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SK C&C에 이어 대어급들이 악조건 속에서 잇따라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이 회사의 공모가는 희망 가격대(2만8000~3만2000원)의 중간인 3만원으로 정해졌다. 공모 주식 수도 당초 계획했던 1500만주(전체 주식의 30%)에서 1800만주(36%)로 늘려 공모 규모가 54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공모 주식 수를 늘리지 않았다면 공모가격은 희망 가격대의 상단에서 결정됐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높은 호응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4일 일반인 청약에선 1조1267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20.8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들어 진로 동양생명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가와 청약경쟁률로 공모시장 침체를 야기했지만 불안한 증시 상황에서 다시 대어급 공모주가 주목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의 경우처럼 공모가격이 회사 희망가격의 상단에서 정해진 것은 지난달 공모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대어로 관심을 모은 포스코건설은 공모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지난달 20일 공모를 철회하고 상장을 전격 연기하기도 했다.

공모가격이 낮게 결정되고도 상장 이후 주가흐름마저 부진했다. 지난 10월 이후 상장한 새내기주 9개사 가운데 공모가보다 높게 거래되는 회사는 진로 비츠로셀 진매트릭스 등 3곳에 불과하다.


◆SK C&C 상장 이후 주가 주목

이 같은 상황에서 대어급 공모주들이 관심을 끌고 있어 침체된 공모시장이 회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특히 SK C&C의 주가 흐름이 긍정적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와는 달리 이 회사는 그룹과 함께 성장할 여지가 크고 배당 및 자산가치 매력이 높다"며 "공모 과정에서 높은 관심을 받은 데다 영업가치와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적정 주가는 3만8000원으로 계산돼 공모가 대비 상승 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업계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자산가치가 높고 배당 매력이 있는 대어급 공모주들이 선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상장 이후 대어급들의 주가가 선전한다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공모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