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순유출됐다.

최근에는 그 파급 효과가 해외펀드로 번지면서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40일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상당수 투자자는 2007년 증시 호조기에 대거 펀드에 가입했다가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뒤 올해 들어 지수가 반등하자 안도감에 대거 환매에 나서고 있다.

펀드 역사가 긴 선진국과 달리 뒤늦은 '펀드 광풍'이 대규모 환매를 낳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전세계적으로는 주가 반등과 맞물려 펀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국 등 일부 국가만 '나홀로' 펀드런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2분기 펀드이탈 37개국 중 1위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협회(ICI)가 국가별 펀드 자금 유출입 상황을 집계한 결과 국내 펀드자금은 2분기에 102억4천700만달러(한화 13조1천756억원) 순유출됐다.

비교 가능한 37개국 가운데 최대 감소폭이다.

즉 우리나라의 펀드 환매가 가장 심했다는 뜻이다.

이어 중국 -93억2천300만달러, 스페인 -56억1천600만달러, 이탈리아 -35억6천900만달러, 대만 -24억3천600만달러 순이었다.

오히려 펀드 자금이 순유입된 국가가 26개국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도가 가장 큰폭인 265억6천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룩셈부르크 136억7천만달러, 스위스 118억6천만달러, 영국 112억4천900만달러, 브라질 85억7천700만달러, 미국 83억8천400만달러, 일본 71억5천200만달러, 남아공 40억8천3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는 2분기에 809억4천3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1분기 471억1천400만달러에서 거의 갑절로 늘어난 규모다.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펀드 자금이 이탈됐을 뿐 글로벌 차원에서는 순유입 기조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ICI는 각국 자산운용협회로부터 통계를 취합한다.

4개월가량 시차가 있어 최근에야 2분기 자료가 업데이트됐다.

재간접 펀드를 제외한 주식형·혼합형·채권형·머니마켓펀드(MMF) 등을 총괄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MMF가 포함돼 있어 자금 동향을 획일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세계 주요 국가의 펀드 자금 흐름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들어 우리나라의 펀드 자금 유출은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ICI의 집계 기준을 적용하면 3분기 펀드 자금 유출은 29조319억원으로 2분기(13조1천756억원)보다 16조원가량 더 늘었다.

◇ '魔의 1,600'…펀드런 키운다.

국내에서는 2007년 주가가 대세 상승을 이어가면서 펀드 열풍이 불었다.

전문가들은 펀드 가입이 본격화한 시점을 '코스피지수 1,600선'으로 보고 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몰락, 9월 리먼 사태 등으로 금융불안이 증폭되면서 코스피지수는 1,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고 가입한 지수대 기준으로는 40% 가까이 손실을 본 것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펀드 자금 유출은 한국 시장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2007년 주가 상승기에 펀드쪽 자금 유입이 많았는데 2년이 지난 시점에 주가가 가입할 때 수준을 회복하면서 바로 환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센터장은 "중국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상하이지수가 6,000에서 곤두박질 쳤다가 이제 3,000선을 복원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펀드 자금 이탈은 올 초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회복하면서 관찰되기 시작했고 8월 1,600선을 회복하면서 속도가 가팔라졌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펀드는 대체로 단기 성향이 강하다"며 "여기에 올 들어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차익 실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방위적인 펀드 자금 이탈은 국내 증시에서 기관의 순매도로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세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김영교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