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종목 대차물량 늘어 수급 압박
코스피지수 1600선이 붕괴된 지난달 말 이후 대차거래가 급증하고 있어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이를 공매도할 경우 주가 낙폭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물 4300억원 넘게 쏟아져

전날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한 가운데 1568.67로 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하루 전 반등에 이은 차익 실현 매물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27.69포인트(1.75%) 밀려난 1552.24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258억원 순매도를 나타냈고 투신을 포함한 기관도 2363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렇다 할 매수 주체가 나서지 않은 가운데 선물시장에서 개인들이 2357억원을 순매도하며 선물가격을 끌어내리자 프로그램 매매로 4374억원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물시장의 거래대금이 연일 줄어들고 있어 프로그램의 증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인덱스펀드의 주식 보유 비중 등을 감안할 때 매도차익거래로 1조원 이상의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당분간 '출구전략'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소식은 분명 호재지만 더 이상 나올 이슈가 없는 데다 미국의 실업률 등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경계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루 전 반등 국면에서도 거래량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짙어지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1534) 위에서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거래가 실리지 않는 이상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종목 대차물량 늘어 수급 압박

◆대차 잔액 증가 경계해야

수급이 꼬인 가운데 지난달 증시 급락 이후 대차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9월 말 17조9100억원 수준에 그쳤던 유가증권시장의 대차거래 잔액은 지난달 말 19조원을 넘어선 이후 4일 현재 19조5140억원으로 불어났다. 17조5000억여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 동안에만 무려 2조원이나 급증했다. 주식 수 기준으로는 특히 지수 1600선이 붕괴된 지난달 28일에만 되갚은 대차거래 물량(418만주)의 2배가 넘는 871만주의 신규 대차 물량이 유입됐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말 지수가 1700선에서 1600선으로 미끄러지는 동안에는 해외 증시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 덕분에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차거래가 줄어들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실제 하루 전 코스피지수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신규로 유입된 대차거래 물량은 1000만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차 잔액도 하루 새 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수가 8거래일 만에 100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동안 상장 주식 수 대비 대차거래 주식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SK로 지난달 말 5.5%에 불과했던 대차거래 비중이 7.3%로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이 기간에 SK 주가는 11.6% 급락해 9만1400원으로 내려앉았다.

그간 낙폭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이번 조정 국면에서 매물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제철 등도 대차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대표적인 종목이다. 이들 두 종목은 같은 기간 공매도 비중도 각각 7%와 6.6%로 상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공매도가 여전히 금지된 우리금융과 KB금융 신한지주 등 대표 은행주들의 대차거래 비중도 크게 늘었다.

박 연구원은 "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해진 상황이어서 대차거래 비중이 늘어난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매물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종목들은 피해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