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가가 하반기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3일 고점(2만2600원)을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하락세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개선에 힘입어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8분기(2007년 3분기 이후)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며 4분기도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지금이 하이닉스 주식을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관은 최근 4거래일 동안 630억원 이상 대거 순매수했다.

◆하이닉스 두 달간 15% 가량 떨어져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9월초 이후 두 달 동안 15% 정도 하락중이다. 최근 D램 및 낸드의 가격상승에 따른 실적개선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하이닉스의 주가약세는 효성의 인수합병(M&A) 이슈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M&A 이슈가 불거진 뒤 재무 및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것이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분석보고서를 통해 "효성의 M&A 이슈가 불거진 뒤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주가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효성이 반도체 산업을 한 경험이 전무해 설비투자 부담이 큰 하이닉스를 경영하기에는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므로 주가상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 반등의 시작?…효성 예비인수제안서 연장+기관 대거 '사자'

그런데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하이닉스를 대거 순매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의 반등을 막아서고 있는 효성이 하이닉스 예비인수 제안서 제출 시한을 연장 요청한 뒤부터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효성은 지난 2일 하이닉스 예비인수 제안서 제출 시한을 2주간 연장해달라고 하이닉스 채권단에게 요청,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였다. 제출시한은 11월16일로 미뤄졌다.

자문사 선정과 실사준비 등을 위한 세부 검토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을 효성이 전해왔다는 것. 만약 16일까지 효성이 예비인수제안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채권단은 M&A 매각절차 중단도 검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 하이닉스 인수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을뿐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대형 매물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기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날(3일)까지 하이닉스 주식 약 350만주를 사들이는 등 효성의 M&A 이슈 리스크가 작아졌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실적으로 리스크 줄여 주가 레벨업 전망

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3일 양호한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지난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조1200억원과 영업이익 209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3분기 이후 8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쌍된다. 이가근 연구원은 "D램 재고가 1주 미만인데다 DDR2의 경우 재고가 전혀 없고, 고객의 주문에 대한 충족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4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높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이 예상한 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6851억원 가량. 이는 8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거둔 3분기 영업이익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김장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내년 3월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윈도7 출시로 4분기에만 15~20% 정도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계증권사이 씨티그룹도 지난달 분석보고서에서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높아질 것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한화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등도 4분기 큰 폭의 실적개선을 예측했다. 지금이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시기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