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642억弗…사상최대 육박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이달 중 사상 최대치 돌파가 확실시되는 외환보유액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 자체는 즐거운 일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이자비용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외환보유액을 3000억달러 이상 쌓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어 외환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 사상 최대 눈앞

한은은 10월 말 외환보유액이 2641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3일 발표했다. 한 달 동안 99억4000만달러 늘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3월 2642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급감했다. 정부와 한은이 시중은행에 달러를 공급해 준 여파로 지난해 11월엔 2000억달러가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금융위기가 안정되면서 금융회사의 차입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경상수지 흑자도 늘어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지난달엔 그간 빌려준 달러를 회수하고 운용수익이 발생한 것 이외에도 외환당국이 환율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액이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말엔 사상최대치를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얼마나 늘려야 하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음에도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3000억달러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만수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400억달러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외채 상환요구가 몰리고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등을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환당국은 26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낸 만큼 3000억달러 이상의 대폭적인 확충이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한은이 통화안정증권을,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사들인 것이다. 당국이 명확하게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외환보유액 가운데 한은 몫이 2000여억달러,정부 몫이 600여억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는 "적정 수준을 특정 수치로 제시하기보다는 시장과 소통하면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당국도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있지만 언급하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비용과 운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은이나 정부 모두 외환보유액을 더 늘리기 위해선 통안채나 외평채를 더 찍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외환보유액 운용을 통해 지급이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 이하라면 적자가 발생한다. 외환보유액의 상당액이 미국 등 선진국 국채에 투자되고 그 금리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리차가 1%포인트를 웃돌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연간 3조원가량의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부동산,천연자원 등에 투자하는 것도 문제가 적지 않다. 외환보유액이란 것이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준비금의 성격인데 위험자산에 투자하면 예상치 않은 손실이나 필요시점에 유동화시킬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일각에서 외환보유액을 외국의 국부펀드처럼 운용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요구는 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