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행시 국내 증시 타격 불가피 우려
현재는 긍정.부정 영향 테마주 형성 수준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이 가시화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도 신종플루의 '직격탄'을 맞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플루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일부 업종이 신종플루를 호재 또는 악재로 인식하면서 주가가 동반등락하는 등 테마주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여기서 더 확산돼 대유행 단계에까지 접어들면 일부 업종을 넘어 국내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증시에 미치는 영향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신종플루 관련 보고서에서 "신종플루 대유행시 경기상황 및 경기전망 악화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의 감소가 야기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면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서비스업에 온 충격이 제조업 침체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 경제전망 악화 → 주가하락 등 수순으로 주가 전반을 끌어내린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의 임희정 연구위원은 신종플루 대유행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8∼7.8%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종플루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으로 퍼진다면 기업과 일반인의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고,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보다 악화되면 당연히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되고, 경제를 반영하는 주식시장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 3∼5월 사스는 사스 발생 국가는 물론 주변국의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싱가포르와 홍콩의 증시는 연초 대비 각각 10.1%, 9.8%씩 하락했고, 국내 증시는 카드 버블(거품)의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17.9%나 급락했다.

다만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은 향후 전개과정에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 또한 가늠하기 어렵다고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사스는 국내 증시는 2003년 3월 저점에서 6월 말 34.01% 반등했다.

◇업종별 희비는 갈려
아직까지 신종플루는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신종플루 예방이나 치료 등과 관련된 제약주의 주가는 확산 속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최근 들어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결과, 9월30일부터 한달 간 신종플루 백신 등을 공급하는 녹십자의 주가는 14만원에서 15만9천원으로 13.57%가 상승했으며 마스크용 섬유제조업체인 웰크론은 113.57%(3천390원→7천240원)나 주가가 올랐다.

또 명문제약 34.76%, 국제약품 6.41%, 고려제약은 18.64%가 각각 오르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5.53% 하락한 반면 의약품 분야는 2.37% 오르며 철강금속(2.3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감염 우려에 따라 여행주, 항공주는 신종플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8월15일 국내에서 첫 신종플루 사망자가 나오기 하루 전 3만8천원대였던 하나투어 주가는 바로 다음날 10.7% 급락했으며 최근 원화 강세에 반등하던 여행주가 신종플루 확산 우려에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주에는 신종플루로 휴교 조치까지 검토된다는 소식에 온라인 교육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플루 관련주 대부분이 기업의 펀더멘털 보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급등했다"면서 "주가 상승요인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