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 8월부터 대량 유입된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에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관측이 나오면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금리로 달러를 조달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식에 투자했던 만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미 금리가 오르면 달러 캐리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에 따른 은행 실적 악화와 중국 위안화 절상 등 대외 악재들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어 추가 조정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추가조정 가능성

28일 외국인은 2750억원어치의 현물(주식)과 1조1700억원(1만911계약) 상당의 선물을 팔아치웠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6일 국내총생산(GDP) '깜짝성장'에 대한 기대로 1만계약이 넘는 선물을 샀던 외국인이 증시가 별 반응이 없자 서둘러 정리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선물 대량 매도는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 악화를 초래하며 1100억원이 넘는 차익거래 매물을 불러 코스피지수를 지지선으로 꼽혔던 60일선(1626) 밑으로 밀어내렸다.

시장 분위기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시장 대응에 부산한 모습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주가가 2주 이상 횡보하면서 탄력이 소진돼 작은 매물에도 낙폭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투신권도 펀드 환매로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이 힘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조기 금리인상 우려 커져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외국인들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유지하려면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하는데 최근 3일간 달러가 반대로 강세를 보여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달러화 강세 전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높아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식의 매력도는 떨어지게 된다.

미국 조기 금리 인상은 이러한 달러 강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주에 이어 인도가 통화 회수에 들어가는 등 각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강해지는 분위기다.

국내 내부적으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번 주 후반 나올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확인하고 꺾일 것이란 인식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도 3분기에는 '깜짝 실적'을 내놨지만 4분기와 내년에는 개선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부담이다.

◆경기회복 뚜렷해 조정폭은 제한적

이에 따라 증시는 추가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부장은 "증시의 상승 반전을 이끌 만한 계기가 없다"며 "미 경기 회복이 지표로 가시화되는 연말까지는 시장이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근본적인 요인은 내년 시장에 대한 우려감"이라며 "1600선을 일시적으로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경기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경기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들어가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는 고점(1718) 대비 10% 남짓한 1550선 근처에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증시의 저가 매력이 높아지면 연기금 등이 다시 '사자'에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