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대형 선사들이 잇달아 위기에 내몰리면서 이들 회사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국내 조선업체들에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납기 연장이나 수주 취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조선주들이 장기 소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 페더 될레 쉬파르츠사가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114척의 선박을 보유한 페더 될레 쉬파르츠사는 다른 중형 선사들에 선박을 임대했으나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시황 침체로 용선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게 됐다. 페더 될레 쉬파르츠사가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총 8척으로 모두 삼성중공업에서 건조 중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주한 선박들은 정상적으로 건조 중"이라며 "발주 취소나 인도 연기 등의 요청을 받지 않아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 페더 될레 쉬파르츠사 외에도 최근 세계 6위 업체인 독일 하파그 로이드사가 정부의 대출보증을 확보했으며 대만의 TMT사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17만8000원으로 1.93% 밀려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2.61%)과 한진중공업(-3.14%) STX조선(-2.84%) 등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발틱운임지수(BDI)가 소폭 상승하고 연말 해양 플랜트 수주 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일시적인 조선주 반등이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업황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프랑스 CMA-CGM 사태 이후 잇따르고 있는 대형 선사들의 유동성 논란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해운선사와 조선업체 간 재협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발주 선박에 대한 인도 지연이나 주문 취소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무더기 발주 취소나 대금 미지급 등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나쁘게 전개되더라도 이미 전체 선박대금 중 선수금과 중도금을 받아놨기 때문에 일부 잔금 회수만 문제가 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강지연 기자 cmjang@hankyung.com